오후 두 시의 훈련장은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메탈 피스트의 알루미늄 판 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삐걱거리는 마루 냄새와 오래된 방청유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윤서준은 이미 플뢰레 도복 상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린 상태였다. 그는 가볍게 발목을 돌리며 벽면에 부착된 거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전 시합의 잔상이 아직 머릿속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인지, 팔을 뻗는 예비 동작 하나하나가 평소보다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훈련장 철문이 열렸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검은색 트레이닝 재킷을 입은 강예빈이 들어섰다. 그녀의 한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태블릿 피시가, 다른 한 손에는 가로세로 40센티미터 남짓한 검은색 강화 플라스틱 하드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그 뒤를 이어 라커룸에서 샤워를 마치고 갈색 머리를 털며 나오던 정하윤이 스포츠음료 캔을 든 채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예빈은 피스트 옆 보조 벤치 위에 하드 케이스를 내려놓았다. 잠금장치 두 개가 경쾌한 금속음을 내며 풀렸다. 케이스 뚜껑이 열리자 안쪽에 정교하게 완충재로 감싸인 기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준의 시선이 그곳에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