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곡로 지하 삼감식소
고태민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극장 비상계단을 단숨에 박차고 올라갔다. 손에 쥔 수거 캔의 차폐 밸브가 차갑게 식어 가며 손바닥 장갑 표면에 살얼음을 만들었다. 뒤따라 올라온 장예린의 거친 숨소리가 좁은 환기통 벽을 타고 울렸다.
승합차 시동 걸어요.
고태민이 주차장 구석에 비스듬히 세워 둔 낡은 승합차를 향해 차 키를 던졌다. 장예린이 한 손으로 열쇠를 낚아채며 운전석 문을 잡아당겼다. 찢어진 방탄복 틈새로 드러난 팔뚝에 검붉은 찰과상이 길게 그여 있었다.
본청에 정식 보고도 안 올리고 움직였다가 사고 터지면 직무 유기입니다. 타격대 본대도 아직 현장 정리 안 끝났습니다.
정식 절차 밟으면 저 부품부터 증발합니다. 본청 보급과에 모노리스 줄 닿아 있는 거 몰라서 그럽니까.
고태민은 조수석 문을 거칠게 닫고 납 차폐 가방에 수거 캔을 밀어 넣었다. 장예린이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승합차가 요란한 엔진음을 토하며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정오의 햇빛이 차창을 하얗게 물들였다.
종로 삼가 골목길 너머로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빌딩들이 시야를 메웠다. 유리창마다 번쩍이는 햇살 아래로 평일 점심을 맞은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가득 메우고 건넜다. 평온해 보이는 보도블록 아래, 수십 년 동안 썩어 문드러진 감정의 찌꺼기들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길 위에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