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진 변호사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아름을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아름의 동그란 눈동자, 살짝 삐져나온 단발머리, 그리고 엉성한 듯 단정한 옷차림을 스캔하듯 훑었다. 아름은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서류철을 들여다보았다. 표지에는 ‘OBC 그룹 M&A 계약 파기 위기 보고서’라고 적혀 있었다. 사소한 문제라기엔 제목부터 거창했다.
"사소하지만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변호사님께서는 어떤 종류의 문제를 다루시는 분이신가요?" 아름이 서류철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호기심과 함께 묘한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유도진은 안경을 살짝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주로 기업 법무, 계약 분쟁, 지적 재산권 관련 소송을 담당합니다. 감정적인 문제보다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사건들을 처리하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절제되어 있었다.
"흐음, 그러시군요. 그런데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니, 변호사님께서는 감정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다소 취약하신 편인가요?" 아름은 그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쳤다. 그녀의 반달 눈이 가늘어지며 유도진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그의 완벽한 가면 뒤에 숨겨진 미묘한 동요를 읽어내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