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서라!”
카엘의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서릿발을 머금은 푸른빛 궤적이 어두운 지하 공간을 단숨에 베어 물었다.
베르만의 입꼬리가 흉측하게 비틀렸다. 흉골 한가운데 박힌 검붉은 마도 핵이 고동칠 때마다 지독하게 끈적이는 먹구름이 뿜어져 나왔다.
“어디 발버둥 쳐 보아라, 아르테미스의 핏줄이여! 이 고대의 어둠은 네놈의 얄팍한 얼음 따위로 끌 수 있는 불길이 아니다!”
검은 안개가 뱀처럼 똬리를 틀며 쇄도했다. 지면을 짓이기며 밀려드는 기운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수백 년간 지맥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날것의 악의였다.
카엘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검날을 세워 맞받아쳤다.
콰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푸른 오러와 검은 악의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불꽃 대신 얼어붙은 파편과 썩은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부식의 기운이 검날을 타고 손아귀로 밀려들었다. 장갑 가죽이 순식간에 검게 바래며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타들어 갔다. 뼈마디를 파고드는 냉기와 독기에 턱관절이 뻐근하게 조여왔지만, 카엘의 두 발은 지면에 깊게 뿌리내린 채 흔들리지 않았다.
“대공 전하, 왼쪽입니다! 놈들의 포위망이 좁혀집니다!”
뒤편에서 라온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