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감응자 · 총 2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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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반-7은 황량했다. 붉은 모래 바람이 끝없이 불어와 모든 것을 덮었고, 뭉툭한 바위산만이 간신히 그 폭력을 버텨내고 있었다. 이곳은 인류가 우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버려진 수많은 행성 중 하나였다. 자원 가치가 낮고, 대기 환경이 척박했으며, 정착민들의 삶은 늘 고단했다. 에리얼은 그런 칼리반-7의 한 고아원에서 자랐다. 그녀의 나이 열아홉. 은회색 머리카락은 모래 바람에 늘 헝클어져 있었고, 보라색 눈동자는 붉은 행성의 풍경 속에서 이질적인 빛을 냈다. 항상 희미한 우주의 잔향이 느껴지는 듯한 아우라를 풍긴다는 주변의 수군거림은 그녀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흙먼지 속에서 뛰어놀거나, 낡은 홀로그램 영상을 보며 꿈을 키울 때, 에리얼의 귀에는 늘 희미한 소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그저 환청인 줄 알았다. 고아원의 낡은 환기구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탐사선의 엔진음, 혹은 밤마다 울어대는 칼리반-7의 토착 동물 소리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하지만 그 소음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더 날카로워졌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불타는 별의 비명, 찢겨진 시공간의 울부짖음, 죽어가는 행성의 절규가 한데 섞여 그녀의 뇌리를 난도질했다. 다른 이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들은 평화롭게 잠들었고, 웃고 떠들었다. 에리얼만이 홀로 그 거대한 고통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에리얼, 또 멍하니 있니? 저녁 식사 준비해야지."

고아원의 원장, 마사 할머니의 목소리가 에리얼을 현실로 불러냈다. 마사 할머니는 칼리반-7에서 에리얼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에리얼의 이상한 행동들을 그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라고 치부했다. 할머니의 눈에 에리얼은 그저 예민하고, 조금 남다른 아이일 뿐이었다. 에리얼이 우주의 고통을 말했을 때도, 할머니는 그저 "밤에 무서운 꿈을 꾼 모양이구나" 하고 다독일 뿐이었다. 그 다정함 속에서 에리얼은 더욱 고립감을 느꼈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은, 그 어떤 비명보다도 외로운 것이었다.

에리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낡은 식탁에 깡통에서 꺼낸 합성 식량을 나열하고, 물탱크에서 정수된 물을 유리컵에 따랐다. 그녀의 손길은 느리고 정교했다. 그녀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상적인 행동들을 기계처럼 반복하며 스스로를 지탱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이 이 거대한 비명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작은 의식들을 행했다. 낡은 작업복을 정돈하고, 고아원 마당을 쓸고, 허브 밭에 물을 주는 일들. 그녀에게 그것들은 생존을 위한 주문과도 같았다.

식탁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왁자지껄했다. 그들은 칼리반-7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 더 번화한 중앙 항성계로 가서 성공할 거라는 부푼 꿈을 꾸었다. 에리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들이 꿈꾸는 번화한 항성계, 그들이 찬양하는 인류의 진보는 에리얼에게는 우주를 죽음으로 이끄는 탐욕의 상징일 뿐이었다. 그들의 무지함이 부러웠지만, 동시에 역겨웠다. 그들은 우주의 심장에 칼을 박고 있었다.

"에리얼 누나는 왜 말이 없어? 오늘따라 더 조용하네."

가장 어린 아이인 티오가 에리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티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에리얼은 티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써 미소 지었다. "응? 그냥, 오늘따라 별이 예쁘네 싶어서." 거짓말이었다. 그녀의 눈에 비치는 별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그 빛들은, 죽어가는 생명체의 마지막 숨통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녀는 티오에게 우주의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그 순수한 눈동자에 절망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티오는 에리얼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다른 아이들과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에리얼은 다시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에리얼은 홀로 고아원 뒤편의 작은 언덕으로 향했다. 칼리반-7의 밤은 대기가 옅은 탓에 별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수십억 개의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은 장엄했지만, 에리얼에게는 그저 거대한 고통의 전시장이었다. 그녀는 언덕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바람이 그녀의 은회색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비명 소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커졌다. 오늘은 유난히 멀리 떨어진 성운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이 강렬했다. 에리얼은 그것이 인류의 ‘성간 에너지 추출기’가 또 다른 성단 지성체의 심장을 파고들고 있다는 신호임을 직감했다. 그 고통은 마치 그녀 자신의 심장이 찢어지는 듯 생생했다.

"제발… 제발 멈춰줘…"

그녀는 소리 없는 절규를 내뱉었다. 아무도 듣지 못할 외침이었다. 그녀는 이 거대한 고통 속에서 너무나 작고 무력했다. 몇 번이고 이 모든 것을 외면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비명은 더욱 그녀를 옥죄어왔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우주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 저주받은 능력을 증오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그녀는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할 터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주의 비명은 그녀의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며칠 후, 고아원에 외부인들이 찾아왔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칼리반-7의 붉은 모래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고급스러운 복장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코스모텍’이라는 거대 기업 소속의 탐사 팀이었다. 그들은 칼리반-7 인근의 버려진 성계에서 고대 유물을 발견했으며, 그 유물의 잔재에서 특별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었다고 했다.

"칼리반-7의 환경은 인류의 기술로도 쉽게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이 행성에서 유독 '우주의 소리'를 듣는다는 소문이 도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탐사 팀의 리더가 마사 할머니에게 말했다. 에리얼은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주의 소리’라니. 그들은 자신을 찾아온 것인가?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마사 할머니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그저… 에리얼이라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조금 예민해서요. 밤에 잠꼬대처럼 헛소리를 하곤 했습니다."

"헛소리라… 흥미롭군요." 탐사 팀 리더의 눈빛이 번뜩였다. 날카롭고 계산적인 시선이었다. "저희는 이 행성의 특이한 에너지 반응과 관련하여, 특정 주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명체를 찾고 있습니다. 혹시 그 아이와 대화해볼 수 있을까요?" 그의 말은 질문의 형태였지만, 거절할 수 없는 명령처럼 들렸다.

에리얼은 숨을 죽였다. 그녀는 ‘코스모텍’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불안감을 느꼈다. 그들은 우주의 생명력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제국을 건설하는 데 혈안이 된 자들이었다. 그들이 ‘우주의 소리’를 듣는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지, 그녀는 두려웠다. 자신의 능력이 인류의 탐욕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덮쳤다.

마사 할머니는 에리얼을 불렀다. 에리얼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탐사 팀 앞에 섰다. 그들의 시선은 마치 해부용 칼날처럼 그녀를 훑었다. 그녀의 은회색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가 그들의 흥미를 끄는 듯했다.

"이 아이가 에리얼입니다." 마사 할머니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탐사 팀 리더는 에리얼의 보라색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봤다. 그의 눈에는 과학적 호기심과 냉정한 탐구심이 뒤섞여 있었다. "에리얼 양. 당신은 우주의 소리를 듣는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움이 에리얼의 신경을 긁었다.

에리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손에 자신의 능력이 어떻게 이용될지, 불 보듯 뻔했다. 그녀의 침묵에 탐사 팀 리더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협조적이지 않군요. 좋습니다. 저희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이 행성 인근에서 '특이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특이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이 이 행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파동이 당신의 '환청'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이점’? 에리얼의 귀에 그 단어가 꽂혔다. 최근 들어 비명 소리가 더욱 강렬해진 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류의 탐욕이 또다시 우주에 새로운 상처를 내고 있었고, 그 상처가 바로 칼리반-7 근처에 있었다. 그녀의 등골을 타고 차가운 한기가 흘렀다. 우주의 고통이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탐사 팀은 고아원을 떠났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에리얼은 그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코스모텍’이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기술력과 정보력은 변방 행성의 고아인 에리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거대한 거미줄에 걸린 작은 벌레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에리얼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비명 소리는 더욱 격렬해졌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것처럼, 우주는 온몸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붉은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하늘, 그 너머로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은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에 비친 별무리 중 하나가 유난히 어둡게 보였다. 아니,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상처가 벌어지는 것처럼, 그 별무리의 빛이 서서히 꺼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다른 어떤 비명보다도 강력하고, 처절했다. 그것은 죽음의 노래였다. 온 우주의 비명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듯한 절규였다.

에리얼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에 반응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멀리 떨어진 별무리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죽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뇌 속에서 수많은 별들이 폭발하고, 행성들이 붕괴하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귀에서는 피가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녀의 정신마저도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녀는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붉은 모래 폭풍이 그녀의 뺨을 때렸지만, 그녀는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의 정신은 오직 죽어가는 별무리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 비명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는 죽음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었다. 발밑의 모래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오직 비명의 근원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 황량한 협곡을 지나, 붉은 모래 언덕을 헤치고 나아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비명은 그녀를 이끌었다. 몇 시간을 걸었을까. 그녀의 발은 찢어지고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정신은 혼미해졌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의지는 오직 비명의 근원을 확인하려는 갈망으로 가득했다. 이 고통의 끝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한 우주선의 잔해였다. 칼리반-7의 붉은 모래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지만, 그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인류의 어떤 우주선과도 다른,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형태. 마치 거대한 생명체가 잠들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표면은 금속이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 조직 같았다. 희미하게 맥동하는 빛이 그 표면을 따라 흐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빛은 주기적으로 깜빡였다.

그리고 그 잔해에서, 그녀가 듣던 비명 소리가 가장 강렬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비명 속에서 희미한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비명이 아니었다. 절규 속에서 간신히 이어지는, 희망의 속삭임 같았다. 죽어가는 존재가 내는 마지막 노래, 혹은 다시 살아나려는 몸부림처럼 들렸다.

에리얼은 홀린 듯 우주선 잔해로 다가갔다. 그녀의 손이 차가운 표면에 닿았다. 그 순간, 우주선에서 강렬한 파동이 그녀의 몸을 꿰뚫었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거대한 생명체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녀의 뇌리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고대 문명의 흔적, 우주의 조화로운 노래, 그리고 인류의 탐욕으로 찢겨지는 별들의 모습.

‘나는…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래할 수 있다…’

그것은 명확한 언어가 아니었다. 하지만 에리얼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우주선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이 우주선은 자신이 듣던 우주의 비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녀와 같은, 아니, 그녀보다 더 깊이 우주의 고통을 느끼는 존재였다.

그녀는 우주선 잔해의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내부는 더욱 어둡고 고요했다. 하지만 고요함 속에서, 우주선 자체의 희미한 맥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한참을 헤매다, 마침내 거대한 심장부 같은 공간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기이한 형태의 조종석이 있었다. 조종석 중앙에는 작은 조약돌이 놓여 있었다.

조약돌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별무리 지성체의 축소판 같았다. 그 안에서 고동치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에리얼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조약돌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조약돌에 닿자,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 순간, 조약돌에서 따뜻한 기운이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그녀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우주의 고통과는 다른, 순수하고 강력한 생명력이었다. 비명 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조약돌의 온기 속에서 그 비명은 희미해지는 듯했다. 마치 오랜 고통 속에서 찾아낸 한 줄기 위로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새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우주의 비명도, ‘별노래’의 속삭임도 아닌, 낡았지만 단단한, 그러나 경고를 담은 목소리였다.

‘이것을 발견한 자여… 너는 선택받았다… 하지만 네가 가는 길은, 인류의 적이 되는 길이다.’

에리얼은 조약돌을 꽉 쥐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인류의 적’이란 무엇일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조약돌, 이 우주선이 그녀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그녀의 고독했던 삶에 찾아온 거대한 변화의 서막이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조약돌의 빛을 반사하며 빛났다.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이 우주선, ‘별노래’와 함께라면, 그녀는 이 거대한 우주의 비명을 멈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이 솟아올랐다. 희망은 고통만큼이나 강렬하게 그녀의 심장을 뛰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인류의 적’이 된다는 것. 과연 그녀는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인류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인류를 등져야 하는 것일까?

그녀는 조약돌을 든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조약돌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리고 그 온기 속에서, 그녀는 마치 새로운 노래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비명으로 가득했던 세상 속에서, 아주 작지만 분명한, 조화로운 선율이 그녀의 영혼을 울렸다. 그것은 우주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소리 같았다. 이 소리를 따라가야 했다. 이 희망을 붙잡아야 했다.

에리얼은 조약돌을 든 채, 붉은 모래 속에 파묻힌 거대한 우주선 잔해 속에서 밤을 맞았다.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우주의 비명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이제는 ‘별노래’의 희미한 맥동 속에서 그 의미가 달라지는 듯했다. 비명은 더 이상 그녀를 파괴하는 절규가 아니라, 그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손안에 쥐어진 조약돌, ‘별노래’의 심장은 따뜻하게 빛나며 그녀의 새로운 여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우주선이 왜 이곳에 있었는지, 그리고 ‘코스모텍’이 말한 ‘특이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녀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의 삶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

내일 아침, 칼리반-7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에리얼은 더 이상 과거의 고독한 소녀가 아닐 터였다. 그녀는 이제 ‘별무리 감응자’로서, 우주의 비명을 멈추기 위한 거대한 여정의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미지의 세계와 인류와의 피할 수 없는 대립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과연 이 거대한 운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