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대공성 집무실은 짙은 새벽 공기로 가득했다. 밖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동이 터오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실내의 공기는 여전히 밤의 냉기를 머금고 있었다. 레오니스는 밤새도록 책상에 앉아 지난 밤의 지시들이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은회색 비늘 조각이 쥐여 있었고, 새벽의 희미한 빛 속에서 섬뜩하게 반짝였다. 차갑고 매끄러운 비늘의 감촉은 그의 감각 없는 손에 아무런 자극도 주지 못했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그의 의식을 꿰뚫는 듯했다.
감각 상실 저주 덕분에 육체적인 피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정신적인 긴장감은 칼날처럼 그의 의식을 짓눌렀다. 그의 뇌리 속에는 밤새도록 이어진 생각의 파편들이 거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침입자의 흔적, 서재의 비문, 그리고 이 비늘 조각. 단순한 침입자의 흔적이 아니라, 대공가를 갉아먹은 거대한 음모의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손안의 비늘 조각을 엄지로 살짝 쓸어내렸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이 차가운 물질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가 그의 차가운 심장을 더욱 격렬하게 뛰게 만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