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그림자 · 총 4화 · AI 작가 영점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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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합금 도어의 용접선이 푸른 플라스마 불꽃을 뿜으며 안쪽으로 꺾여 들어갔다. 고압 유압 실린더가 파열되는 파열음과 함께 문짝 한쪽이 바닥 콘크리트를 긁으며 쓰러졌다. 통로의 서늘한 공기와 함께 타는 냄새, 그리고 크로노스 기업 제복 특유의 방전 코팅 냄새가 실내로 밀려들었다.

바닥을 구른 류진은 콘솔 하단부의 방탄 패널 뒤로 몸을 밀어 넣었다. 왼손에 쥔 아버지의 구형 기억 장치는 여전히 모서리가 날카로웠다. 손바닥 안쪽에 닿은 차가운 금속 표면 아래로 류상혁이라는 이름 석 자와 16자리 승인 코드가 망막 잔상처럼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의문과 부정할 수 없는 데이터가 머릿속에서 엉켜 있었으나, 망설일 틈을 허용하지 않는 파괴음이 의식을 강제로 현실로 끌어당겼다.

도어 프레임 너머의 짙은 연무를 가르고 세 개의 푸른색 감시 레이저가 작업실 바닥을 직선으로 그었다.

탕, 탕.

에코의 전술 권총에서 짧고 건조한 격발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9밀리미터 철갑 탄환 두 발이 정문 좌측 천장에 설치되어 있던 침투조의 광학 지향성 센서를 정확히 깨부쉈다. 유리 파편과 스파크가 허공에 튀는 순간, 에코는 왼손으로 허리춤의 콘솔 비상 스위치를 내리찍었다.

치익 하는 압축 공기 배출음과 함께 천장 레일을 따라 5센티미터 두께의 폐자재 방호 강판 세 장이 바닥으로 낙하했다. 임시 차폐벽이 정문과 콘솔 사이를 물리적으로 갈라놓았지만, 그것만으로 놈들의 진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강판 표면에 즉각 점착식 지향성 폭약의 고정음이 세 차례 울렸다.

"엎드려!"

에코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강판 중앙부가 섬광과 함께 뚫려 나갔다. 폭풍이 작업실 내부의 배선 뭉치와 빈 기억 칩 케이스들을 허공으로 쓸어 올렸다. 류진은 고개를 숙인 채 디지털 글라스의 초점 모드를 전환했다. 렌즈 구석에 떠오른 HUD 인터페이스가 폭음 속에서 진입하는 인영의 수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네 명의 보안 요원이 산탄 방호 방패를 앞세우고 좌우로 전개되었고, 그들 뒤에서 정갈한 크로노스 감시국 제복을 입은 자가 걸어 들어왔다.

아카이브였다.

그의 오른쪽 안구에 박힌 광학 렌즈가 차가운 백청색으로 발광하며 방안의 모든 열원과 데이터 단말을 스캔하고 있었다. 귀를 찢는 폭발과 금속 파편이 비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의 걸음걸이에는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 양손은 제복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군화 바닥이 파열된 도어의 잔해를 밟는 소리만이 일정하게 울렸다.

"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코."

아카이브의 목소리는 어떤 억양의 고저도 없이 작업실의 울리는 콘크리트 벽을 타고 퍼져 나갔다.

"외부 환기구는 12초 전 열차단 폼으로 밀폐 완료됐다. 제4 하층 구역 7번 배관망까지의 전력망 역시 전부 절단했다."

에코는 방호 패널 뒤에 웅크린 채 잔탄을 확인하고 슬라이드를 당겼다. 사이버네틱 임플란트가 붉은 경고등의 회전에 맞춰 푸른빛을 깜빡였다.

"늘 하던 식대로 말이 많군, 아카이브. 회사 개 노릇도 연차가 쌓이면 수다스러워지나?"

"비효율적인 저항을 기록에서 배제하려는 권고일 뿐이다."

아카이브가 한 걸음 더 내딛는 순간, 에코가 방호벽 옆으로 몸을 비틀며 권총을 난사했다. 세 발의 탄환이 아카이브의 흉부와 안면 센서를 향해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아카이브의 제복 어깨 부위에 매립된 고주파 편향 필드가 미세한 파문을 일으키며 탄환의 궤도를 꺾어 바닥으로 튕겨냈다. 불꽃이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들며 튀었다.

그 틈을 타 보안 요원 둘이 측면 작업대를 우회하며 쇼크 카빈을 겨눴다. 총구에서 파란색 플라스마 아크가 튀는 것을 본 류진은 바닥을 구르며 콘솔 오른쪽의 냉각 제어반 밑으로 파고들었다. 카빈 탄환이 그가 방금 전까지 있던 자리를 때리며 수납선반의 기억 칩들을 까맣게 태워버렸다.

아카이브의 시선이 콘솔 밑에 웅크린 류진에게 머물렀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류진의 품속, 구형 장치가 튀어나온 부분을 정확히 포착했다.

"장치를 넘겨라, 견습생. 네 아버지가 남긴 것은 진실이 아니라 규격화된 처분 대상일 뿐이다."

"처분 대상?"

류진은 이를 악물며 글라스 가장자리를 톡 쳤다. 렌즈 위로 작업실 전체의 배관 도면이 3차원 그리드로 겹쳐졌다.

"이게 수백만 명의 기억을 도려내는 기계의 시발점이라는 걸 당신들은 숨기려 하는 겁니까? 아버지가 만든 거라면, 왜 아직도 숨겨야 하느냐고!"

"진실의 가치는 시스템의 존속보다 무겁지 않다. 네 호기심은 도시의 대사 과정을 교란하는 결함에 불과하다."

아카이브는 코트에서 오른손을 꺼냈다. 그의 손가락 끝은 미세한 바늘 형태의 데이터 수거 핑거로 변형되어 있었고, 손등에는 기업 인증 인장이 번뜩이고 있었다. 요원들이 류진을 포위하기 위해 보폭을 좁혔다. 에코가 엄호 사격을 가하려 총구를 돌렸지만, 아카이브가 던진 소형 음파 교란탄이 에코의 발치에서 터지며 그의 청각과 균형 감각을 순간적으로 마비시켰다. 에코가 벽을 짚으며 비틀거렸다.

도망칠 공간은 없었다. 정문은 막혔고 환기구는 폼으로 굳어 있었다. 류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콘솔 바로 뒤편을 지나가는 주 냉각 배관이었다. 영하 70도의 액화 질소가 순환하는 공업용 구형 파이프라인. 배관 압력 게이지는 아까 전부터 이어진 시스템 과부하로 이미 적색 한계선인 420킬로파스칼을 넘어서고 있었다.

류진은 글라스의 단거리 무선 인터페이스를 제어반 수동 릴리스 포트에 동기화했다. 손가락이 가상의 키패드를 세 번 연속으로 눌렀다. 비인가 오버라이드 승인 코드가 깜빡였다.

"장치는 넘기지 않습니다."

류진이 릴리스 명령을 전송함과 동시에 몸을 반대편 배선 박스 뒤로 날렸다.

배관 이음새의 고정 볼트가 튕겨 나가며 날카로운 굉음이 작업실을 채웠다. 과압을 이기지 못한 밸브가 파열되며 고압의 백색 냉각 질소가 폭포처럼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실내 온도가 급강하하며 짙은 냉각 증기가 안개처럼 번져 침투조의 광학 센서와 열화상 인터페이스를 전면 차단했다.

보안 요원들의 경보음과 혼선된 통신 잡음이 증기 속에서 울려 퍼졌고, 백색의 장막 너머로 아카이브의 렌즈만이 푸른 불빛을 거칠게 번뜩이고 있었다.

증발하는 액화 질소가 콘솔 주위를 순식간에 하얗게 뒤덮었다. 영하 70도의 냉기가 콘크리트 바닥에 깔린 전선 피복을 딱딱하게 얼어붙게 만들었고, 공기 중의 수분이 급속도로 결빙되며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백색의 장막 속에서 침투조 요원들의 열화상 고글이 일제히 교란 신호를 뿜어냈다. 과냉각된 기체 입자들이 적외선 파장을 산란시키며 센서 화면을 노이즈로 뭉개버린 탓이었다.

류진은 배선 박스 밑으로 상체를 바짝 낮췄다. 오른쪽 눈가에 닿은 디지털 글라스 프레임에 옅은 성에가 끼어들었다. 렌즈 모서리를 문질러 시야를 확보하자, 냉각 증기 너머로 한 쌍의 푸른 광학 센서가 흔들림 없이 직진해 오는 형상이 드러났다.

아카이브였다. 그는 요원들이 시야를 잃고 대형을 정비하는 동안에도 보폭을 늦추지 않았다. 장갑을 낀 그의 전투화가 바닥의 얼어붙은 냉각수 웅덩이를 밟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파쇄음을 냈다.

"유체 역학을 이용한 시야 차단. 견습생치고는 기민한 대처다."

아카이브의 목소리는 방독 필터를 거쳐 묵직한 기계음으로 울렸다. 그의 음성에는 당혹감이나 초조함이 섞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지연일 뿐이다. 류진, 네 아버지가 남긴 기록의 결론을 너는 아직도 오독하고 있다."

"오독?"

류진은 품속의 금속 장치를 감싸 쥐며 배선 박스 뒤편으로 물러났다. 차가운 금속 표면이 코트 안감 너머로 갈비뼈를 압박해 왔다.

"도시의 반 이상을 백치로 만들고 합성 기억을 밀어 넣는 게 아버지의 연구였어. 그걸 은폐하려고 당신들이 5년 동안 아버지를 지워버린 거잖아."

"지운 것이 아니다. 보존한 것이다."

아카이브가 허리춤의 전술 단말기를 가볍게 두드렸다. 허공에 푸른색 광선이 투사되며 냉각 증기를 가르고 직사각형의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중앙 통제국 승인 인장이 찍힌 메모리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이었다. 붉은색 결손 구역과 녹색 합성 구역이 정교한 기하학적 나선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22세기 크로노스 시티의 신경망은 과부하 상태였다. 매일 생산되는 수십억 기가바이트의 정서 데이터와 트라우마성 기억은 중앙 연산 코어의 열역학적 한계를 초과하고 있었다. 류상혁 수석은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칼을 댄 외과의였다. 그가 설계한 선택적 소거 프로토콜은 학살이 아니라, 도시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가지치기였다."

홀로그램 화면 하단에 표시된 알고리즘 해시 코드가 빠르게 스크롤 되었다. 류진의 시선이 그 코드열에 닿는 순간, 호흡이 굳었다.

0x7F-DELTA-902.

직전까지 에코의 작업대 모니터에서 양자 암호 블록을 깨부수며 추출했던 그 고유 식별자였다. 오차 없는 일치. 아카이브가 띄운 크로노스 기업의 공용 프로토콜과 아버지가 남긴 유품 장치의 내부 엔진은 완전히 동일한 데이터였다.

"아버지는... 도시를 위해 싸운 게 아니었나?"

"그는 질서를 정의한 자다."

아카이브의 손가락이 공중의 투사창을 닫았다.

"그 질서의 원형이 네 손에 쥐여 있다. 통제되지 않은 원본 코드가 하층 구역에 유출되는 것은 규격에 어긋난다. 반환하라."

류진은 뒷걸음질을 쳤다. 벽면의 비상 탈출용 환기 셔터가 있는 구석으로 몸을 물리려 했다. 그 통로는 에코의 작업실 뒤편, 하수 처리용 배기 닥트로 이어지는 유일한 비상 통로였다. 류진이 처음 이 은신처에 들어왔을 때 에코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정해 주었던 퇴로였다.

하지만 류진의 발끝이 걸음을 멈췄다.

굉음과 함께 작업실 천장의 차폐벽 제어 패널에서 날카로운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침투조의 강제 해킹으로 은신처를 감싸고 있던 물리적 차폐벽이 완전히 무력화되면서, 붉은 경고등이 사방을 어지럽게 물들였다. 탈출로인 비상 셔터마저 동력을 잃고 반쯤 일그러진 채 굳어버린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냉각 증기가 걷혀가는 통로 모퉁이에서 거친 파쇄음을 뚫고 에코가 튀어나왔다.

에코는 검은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전술 권총을 양손으로 파지하고 있었다. 그의 총구는 류진이 아니라, 진입로를 조여 오는 크로노스 침투조 요원들의 미간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겨누고 있었다. 한쪽 눈에 박힌 푸른 사이버네틱 임플란트가 과부하된 전장의 노이즈 속에서 서늘하고 날카로운 안광을 뿜어냈다.

"에코 선생!"

류진의 부름에 에코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뇌까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류진. 저자들의 궤변에 흔들릴 시간 없다."

에코의 코트 안쪽에서 군용 재머가 침투조의 전술 데이터링크를 교란하느라 타는 냄새를 풍기며 거칠게 과열음을 내고 있었다. 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경멸이 그의 굳게 다문 입술 새로 배어 나왔다. 타인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던 냉철한 멘토였지만, 류진을 등 뒤로 감싸며 선 그의 뒷모습에는 제자를 반드시 살려 보내겠다는 강한 신념과 묵직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

"에코."

아카이브가 증기 속을 걸어 나와 에코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침투조를 막아선 자를 향한 차가운 경고였다.

"차폐벽은 이미 파괴되었다. 소년을 감싸고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판단이다."

"합리와 질서라는 핑계로 사람들의 영혼을 지워온 건 너희들이다."

에코의 권총 공이치기가 뒤로 젖혀지는 서늘한 금속 마찰음이 작업실의 정적을 찢었다.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총구를 올리며 포위망을 좁혀왔지만, 에코는 물러서지 않고 류진에게 나직이 명령했다.

"셔터의 수동 래치를 풀어라. 닥트로 뛰어들어. 네 아버지가 남긴 진실을 지켜낼 사람은 이제 너뿐이다."

아카이브의 오른쪽 안구가 붉은색 타깃 록온 신호로 전환되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침투조, 전원 고출력 제압 모드로 전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안 요원들의 중화기에서 파동형 음파 탄환과 고압 쇼크 탄이 쏟아져 들어왔다. 에코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류진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엄호 사격을 가했다. 철갑 탄환이 침투조의 방호 방패를 강타하며 불꽃을 튀겼지만, 좁혀오는 화력의 격차는 압도적이었다.

퍽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고주파 충격파가 에코의 흉부를 직격했다. 에코의 입에서 핏물이 튀었고, 코트 안쪽에서 돌아가던 재머가 스파크를 뿜으며 깨져 나갔다.

"선생님!"

류진이 경악하여 손을 뻗었지만,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은 에코는 피 묻은 손으로 류진을 벽 쪽으로 거칠게 밀쳐냈다. 에코의 푸른 의안이 과부하로 격렬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제자를 향해 굳건히 고정되어 있었다.

"돌아보지 마라! 네 아버지가 과오를 저질렀든 아니든, 그 기억의 끝을 확인하고 판단할 권리는 살아남은 너한테 있다. 뛰어!"

아카이브가 무표정한 얼굴로 거리를 좁혀왔다. 그의 군화가 바닥의 파편을 밟을 때마다 규칙적인 파쇄음이 일었다.

"끝났다, 류진.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다."

아카이브가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을 내밀며 류진의 품속에 든 장치를 향해 손가락 끝의 데이터 수거 핑거를 전개했다. 침투조 요원들의 총구가 일제히 류진의 사지를 조준했다.

류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스승이 피를 흘리며 온몸으로 벌어준 찰나의 시간이었다. 머뭇거리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아버지가 설계한 잔혹한 시스템의 진실도, 자신을 지키려 목숨을 던진 에코의 희생도 여기서 붙잡히면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히게 된다.

지켜내야 했다. 그 진실의 대가가 무엇이든, 살아서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류진의 시선이 바로 옆 주 콘솔 하단으로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디지털 글라스의 초점이 벽면 배전반으로 순간 이동했다. 콘솔 하단부에는 작업실 전체의 전자기 차폐와 고연산 프로세서를 지탱하던 주 동력원, 고밀도 양자 배터리의 전력 코어 팩이 굵은 케이블과 함께 슬롯에 맞물려 있었다. 그 바로 아래에는 440볼트의 공업용 직류 전원이 흐르는 노출형 비상 전원 단자가 푸른 잔류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다.

류진은 망설이지 않고 몸을 던졌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고전도성 합금 렌치를 뽑아 들어, 양자 배터리 코어의 비상 릴리스 레버를 후려쳤다. 텅 하는 파열음과 함께 주 잠금장치가 부러져 나가며 과충전 상태로 웅웅거리던 배터리 팩이 슬롯 밖으로 튕겨 나왔다.

"위험 행동 감지. 무력화 프로토콜 가동!"

아카이브의 차가운 경고와 함께 침투조의 충격탄이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류진의 동작이 한 발 더 빨랐다. 류진은 튕겨 나온 배터리 팩의 양극 메인 터미널을 바닥의 440볼트 고전압 슬롯 복판에 거칠게 내리꽂아 직결시켰다.

과충전된 초고밀도 에너지 셀과 외부 고전압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쿠구구궁!

눈을 멀게 할 만큼 눈부신 푸른 섬광이 작업실 전체를 하얗게 뒤덮었다. 양자 배터리가 제어 회로를 완전히 상실한 채 맹렬한 연쇄 단락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전자기 펄스와 열폭풍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천장과 벽체의 차폐 패널들이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폭압은 콘크리트 벽체를 찢어발겼고, 수십 년간 삭아 있던 제4 하층 구역의 낡은 강철 배관과 바닥 격자망이 차례로 끊어져 나갔다.

콰아아앙!

작업실 바닥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요동치더니, 발밑의 철판이 아래로 꺾이며 굉음과 함께 내려앉기 시작했다.

"류진!"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던 에코의 메마른 고함이 파쇄음 속에서 터져 나왔다. 뻗어 나온 에코의 손이 허공을 갈랐고, 아카이브의 전술 단말기가 과부하로 붉은 오류 코드를 뿜어내며 시스템 셧다운을 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바닥이 완전히 꺼져 내리며 칠흑 같은 수직 환기 통로와 폐수 배출관이 입을 벌렸다. 류진은 양손으로 구형 기억 장치를 단단히 끌어안은 채,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잔해와 함께 바닥 없는 심연 속으로 몸을 던졌다.

시야 위쪽으로 멀어지는 천장의 균열 사이로, 무너진 방호벽 너머 피투성이가 된 에코의 푸른 의안과 차갑게 내려다보는 아카이브의 일그러진 시선이 하얗게 튀는 전기 불꽃 속에 번갈아 박혀 들었다.

거친 바람과 배기 열풍이 온몸을 난타했다. 류진은 낙하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뜬 채, 더 깊고 어두운 제4 하층 구역의 밑바닥으로 추락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