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유실물 특수처리반 · 총 3화 · AI 작가 백야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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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지하 삼감식소의 차가운 백열등 아래로 낡은 도면철이 거칠게 펼쳐졌다. 종로 일대 지하 배관망을 기록한 청사진 위로 고태민의 흰색 특수 라텍스 장갑이 멈춰 섰다. 만성 피로로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 아래, 가라앉은 눈동자가 특정 합류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영사실 사태를 수습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직행한 감식소였다. 감색 정장 소매에 묻은 검은 재가 마르기도 전에 배관 압력계 수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예린이 전술 단말기를 조작하며 도면의 특정 구역을 붉은색 마커로 짚었다.

반장님, 영사실에서 빠져나간 인과 침전물이 하수 본관 칠 번 라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단순 자연 퇴적이 아닙니다. 규정치를 세 배 초과한 농도가 한 지점으로 결집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유인 주파수야. 누군가 바닥에서 억지로 긁어모으고 있어.

고태민이 낡은 감색 정장 외투를 여미며 허리춤의 공구 파우치를 점검했다.

도면상 종로3가 환승 배관 하부 수문실이다. 그 밑에 사설 송신 장치가 박혀 있다면 단순 청소로 안 끝나.

현장 규정대로 즉시 차단 격벽 폐쇄하고 감식반 선제 진입합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장예린이 소총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며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답했다. 고태민의 감식안과 지휘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절도 있는 몸짓이었다.

두 사람은 삼감식소 비상구를 박차고 나와 율곡로 지하 암거를 거쳐 종로 지하 하수관 심판부로 직행했다. 발목을 덮치는 오수를 헤치고 수문실 철문을 뜯어낸 순간, 도면에서 확인했던 비정상적인 침전 덩어리가 거대한 형체로 솟구쳐 올랐다.

괴이의 전두부에서 돋아난 수십 개의 핏빛 안구가 일제히 점멸했다. 끈적한 점액질로 뒤덮인 거대한 다리 여덟 개가 아치형 콘크리트 천장을 찍어 누르며 하수관 전체를 흔들었다.

장예린이 개머리판을 어깨에 밀착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세 발의 점사가 파열음을 내며 괴이의 관절부를 때렸으나, 납탄은 검푸른 점액 속으로 맥없이 빨려 들어가며 푸른 불꽃만 튀겼을 뿐이었다. 충격을 흡수한 부위가 오히려 부풀어 오르더니 찢어진 수험표와 묵은 차용증 조각들이 너덜거리며 허공으로 흩날렸다.

물리 타격은 껍데기만 키웁니다. 사격 중지해요!

고태민이 장예린의 소총 총열을 왼손 장갑으로 거칠게 쳐내렸다. 그의 오른손은 이미 허리춤의 가죽 파우치를 뜯어내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걸린 세 개의 유리 캡슐 안에서 굵은 입자의 백색 결정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소총 유효 사거리가 안 나옵니다. 밀어붙이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압사당합니다!

장예린이 물러서지 않고 탄창을 갈아 끼우며 고함을 질렀다. 방독면 렌즈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건 단순한 퇴적물이 아니에요. 수천 명 분량의 실패가 엉킨 겁니다. 억지로 부수려 들면 반발력 때문에 밸브 통로 전체가 매몰돼요.

고태민은 말을 마치자마자 엄지손가락으로 캡슐의 봉인판을 부러뜨렸다. 순도 구십구 퍼센트의 특수 정제염이 손바닥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는 침전물 찌꺼기가 고인 바닥을 박차고 오른쪽 벽면 배관을 향해 몸을 던졌다.

라텍스 장갑에 닿은 소금 가루가 체온과 반응하며 맹렬한 기포를 피워 올렸다. 고태민은 벽면을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괴이의 주 시신경 다발을 향해 정제염을 한 움큼 내던졌다.

치이익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백색 연기가 배관 내부를 채웠다. 강한 염분에 닿은 괴이의 점액질 외피가 타들어 가며 거대한 거미 다리 세 개가 경련을 일으켰다. 허공을 찌르는 쇳소리가 환승 통로 하부를 울렸고, 천장에 매달려 있던 붉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고태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입니다, 장 요원! 좌측 수문 턱 밟고 뛰어요!

장예린이 고태민의 외침을 듣고 즉각 몸을 낮췄다. 망설임 없는 발걸음이 무릎 높이의 오수를 가르며 검은색 컨테이너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녀의 군화가 녹슨 밸브 손잡이를 딛고 솟구쳐 오르는 순간, 괴이의 몸체에서 떨어져 나온 수백 개의 인과 잔여물 파편이 날카로운 가시 형태로 변해 통로 바닥을 난사했다.

버려진 만년필 촉과 부러진 열쇠 형상을 한 파편들이 벽면을 긁어대며 시멘트 가루를 쏟아냈다. 장예린이 가시 하나를 가까스로 피하며 컨테이너 상단 모서리에 손을 걸쳤다.

컨테이너 외벽에 매달린 장예린이 고개를 돌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괴이의 본체가 온전히 고태민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반장님, 우측 배관 쪽으로 빠지십시오! 그 거리통로는 각도가 안 나옵니다!

뒤돌아보지 말고 제어반만 봐요, 장 요원! 세 걸음 이상 지체하면 둘 다 뼈도 못 건집니다!

고태민이 품에서 꺼낸 수거 캔을 방패처럼 치켜들며 소리쳤다. 거대한 질량이 덮쳐오는 압력에 그의 낡은 감색 정장 외투가 거칠게 펄럭였다.

괴이가 토해낸 시커먼 침전 점액이 방독면 흡기 밸브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외부 공기 유입구가 진득한 물질로 꽉 막혀버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포를 쥐어짜는 듯한 질식감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산소가 끊긴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번져 나갔다.

고태민은 주저하지 않고 머리 뒤쪽의 비상 퍼지 레버를 잡아당겼다. 퍽 소리와 함께 압축 산소가 정화통 내부를 역류하며 흡기구를 덮고 있던 점액 덩어리를 바깥으로 뿜어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이, 괴이의 날카로운 발톱 하나가 수거 캔의 측면을 후려쳤다.

금속이 찢어지는 굉음이 터졌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수거 캔의 압력 게이지 바늘이 꺾이며 내부의 봉인 가스가 허공으로 푸르게 새어 나갔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고태민의 몸이 뒤로 밀려나 하수관 차단벽에 거칠게 처박혔다. 방탄 처리된 감색 외투 자락이 점액질의 강한 산성에 녹아내리며 매캐한 타는 냄새를 풍겼다.

수거 캔이 찌그러지며 추가 차폐 기능이 완전히 정지했다. 이제 물리적인 방어 수단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고태민의 시선은 망가진 장비가 아니라, 타격을 가하며 활짝 벌어진 괴이의 흉부 중앙에 고정되어 있었다.

검붉게 박동하는 핵 주변으로 푸른빛을 내뿜는 굵은 피복선 네 가닥이 단단히 얽혀 있었다. 단순한 점액 침전 조직이 아니었다. 피복선 표면에는 모노리스의 고유 일련번호가 선명하게 양각되어 있었고, 그 선들은 괴이의 심장을 관통해 바닥에 박힌 컨테이너 제어부 밑바닥으로 곧장 이어져 있었다.

자연적으로 고여서 부푼 괴이가 아니었다. 모노리스의 송신 장치가 일정한 주파수를 주입해 인위적으로 크기를 불리고, 침전물을 사육하듯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놈들, 주파수 케이블로 핵을 꿰어 놨어.

고태민이 피 맛이 도는 입안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그가 남은 정제염 캡슐을 오른손에 쥐고 벽을 짚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컨테이너 상단에 안착한 장예린이 허벅지 홀스터에서 다목적 신호 분석기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단호한 손끝이 붉은빛으로 깜빡이는 타이머 액정 바로 아래의 비상 수동 패널을 겨누었다.

타이머에 표시된 숫자는 십일 분 이십 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예린은 고태민을 돌아보지 않은 채 패널의 볼트를 풀어내며 컨테이너 해치 바로 앞으로 단독 쇄도했다.

고태민은 찢어진 외투 자락을 털어내며 수문 앞 철골 난간으로 뛰어올랐다. 부식된 섬유 틈새로 독한 하수 악취가 스며들었지만 주춤거릴 새가 없었다. 흉부 장갑이 벌어진 괴이가 시커먼 점액을 뿜어내며 다시 사지를 비틀어 일어서고 있었다.

그는 허리춤의 방수 공구낭에서 은색 감식 핀셋을 뽑아 들었다. 핀셋 끝단에 새겨진 미세 눈금이 차가운 녹물 속에서 번뜩였다.

장 요원, 주 전원선부터 끊어요. 케이블 절단기 챙겼습니까?

패널 잠금장치에 모노리스 전용 방어 회로가 걸려 있습니다!

장예린이 볼트를 뜯어내며 복명복하듯 외쳤다.

일반 규격 절단기로는 접촉 즉시 인과 역류가 일어납니다. 관리청 바이패스 코드로 안전 차단선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고태민이 쇠파이프를 딛고 컨테이너 상판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장예린의 엄지손가락이 분석기 키패드 위를 신속하게 오갔다. 그녀의 시선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제어반 메인 회로에 고정되어 있었다. 패널 내부에는 모노리스의 영문 약칭과 함께 위험 경고등이 섬뜩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우회 접지선 물려요. 삼감식소 도면에서 확인한 보조 차폐 슬롯이 우측 하단에 있을 겁니다.

확인했습니다!

장예린은 지체 없이 방탄 전술복 파우치에서 표준 접지 케이블을 뽑아 지정된 슬롯에 밀어 넣었다. 고태민의 지시를 오차 없이 수행하는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이었다.

고태민이 핀셋을 쥔 채 괴이의 흉부로 시선을 던졌다. 푸른빛을 뿜어내던 피복선 네 가닥이 컨테이너 내부 신호에 맞춰 점점 더 거칠게 수축했다. 박동 간격이 좁아질 때마다 붉은색 타이머 숫자가 십 분에서 구 분, 다시 칠 분으로 널뛰듯 줄어들었다. 인위적으로 주입된 주파수가 괴이의 감정 핵을 강제로 쥐어짜며 카운트다운을 가속하는 꼴이었다.

괴이가 괴성을 내지르며 묵직한 앞발을 휘둘렀다. 난간 철봉이 종잇장처럼 휘어 튕겨 나갔다.

고태민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괴이의 벌어진 흉강 안쪽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특수 라텍스 장갑 위로 차가운 절망의 감각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살갗을 파고드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냉기가 아니었다.

이건 공포가 아니다.

핀셋 끝이 검붉은 핵 표면의 미세한 균열을 짚어 냈다. 그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것은 폐업 통지서를 쥐고 빗속을 걷던 수백 명의 맥 빠진 발소리, 밀린 월급 봉투를 앞에 두고 웅크린 가장들의 메마른 숨결이었다. 종로3가 귀금속 상가와 피맛골 뒤편 공구 골목이 헐려 나가며 버려진 실직자들의 체념이 이 거대한 덩어리의 뼈대였다.

월급날만 기다리다 잘려 나간 사람들의 기억이야. 억울해서 날뛰는 게 아니라, 갈 곳이 없어서 뭉쳐 있는 거다.

고태민이 핀셋 날을 비틀어 핵과 송신 케이블이 맞물린 신경 접합부를 정확히 눌렀다. 특수 정제염 가루를 핀셋 홈에 흘려 넣자, 찌르르하는 마찰음과 함께 푸른 불꽃이 튀었다.

핵을 옭아매고 있던 점액질 섬유가 하얗게 탈색되며 탄력을 잃었다. 실직자들의 침전 결속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지며 괴이의 거대한 상체가 수문 바닥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전신을 관통하던 진동이 멎고 가속되던 타이머가 육 분 삼십 초에서 일시 정지했다.

핵 분리각 잡았습니다. 당장 제어반 본체 전선 끊고 콘덴서 부숴요!

고태민이 소리치며 장예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예린이 전술 절단기로 주 전원선을 힘껏 내리찍었다.

타앙 하는 파열음과 함께 주파수 공급 케이블이 동강 났다. 그러나 주 전원이 끊기자마자, 컨테이너 하단에서 날카로운 기계 경보음이 배관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철컹.

무거운 유압 작동음과 함께 컨테이너 측면 하단에서 좁고 긴 금속 격실 하나가 서랍처럼 튀어나왔다. 동시에 배관 천장의 비상 수동 차단 밸브 시스템이 연동되며 붉은 경고등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불법 설비가 강제 해체될 때 작동하도록 모노리스 측이 심어 둔 파기 기믹이었다.

반장님, 외부 강제 개입을 인식하고 컨테이너 자폭 시퀀스가 연동되었습니다!

장예린이 튀어나온 격실 내부를 가리키며 다급히 외쳤다.

격실 한가운데에서 청자색 빛줄기를 뿜어내는 주파수 변조 코어가 불안정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코어가 제어반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배관 통로 전체를 날려버릴 인과 폭발이 일어날 판이었다.

코어를 적출해서 규정 차폐함에 밀봉해야 합니다!

장예린이 허리춤의 표준 수거 캔을 뽑아 들며 격실을 향해 몸을 던졌다.

물러서요, 장 요원! 역류 파동이 터집니다!

고태민이 손을 뻗었지만, 장예린의 손가락은 이미 규정 매뉴얼대로 코어의 세이프티 락 핀을 비틀어 젖힌 뒤였다.

달칵.

청자색 빛을 뿜어내던 주파수 변조 코어가 랙에서 분리되어 장예린의 차폐 캔 안으로 떨어졌다. 장예린이 번개 같은 솜씨로 뚜껑을 닫고 안전 레버를 꺾었다.

제어반 상단의 타이머 숫자가 00:01을 가리킨 채 얼어붙었다. 기폭 카운트다운은 멈췄지만, 코어를 잃은 괴이의 거체가 통제 불능의 경련을 일으켰다. 파열된 신경망에서 뿜어져 나온 고농도 침전 파동이 좁은 배관 내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고태민은 충격파에 밀려 차가운 하수 속으로 무릎을 꿇었다. 낡은 감색 정장이 썩은 냄새를 풍기는 오물에 흠뻑 젖어 들었다.

반장님!

장예린이 수거 캔을 가슴에 단단히 품은 채 고태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머리 위 천장에서 거대한 쇳소리와 함께 균열음이 터져 나왔다. 모노리스의 자폭 연동 신호가 배관 방벽의 비상 낙하 장치를 강제로 격발시킨 것이었다.

끼기긱, 쾅.

머리 위 천장에 매달려 있던 육중한 침수 방지용 철제 수문이 굉음을 내며 낙하하기 시작했다. 이 톤이 넘는 강철 격벽이 수직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며 고태민과 장예린 사이의 공간을 둘로 갈랐다. 녹슨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배관 전체를 뒤흔들었다.

장 요원, 밖으로 물러서요!

고태민이 몸을 날려 장예린의 방탄복 어깨를 격벽 바깥쪽으로 거칠게 밀쳐냈다.

반장님!

장예린이 손을 뻗었지만, 수문 하단 날이 이미 바닥의 콘크리트 홈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억지로 손을 밀어 넣었다가는 뼈까지 으스러질 각도였다.

쿠구구궁.

수문의 하단 날이 마침내 바닥의 콘크리트 홈에 완전히 박혔다. 배관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검은 오수가 격벽에 부딪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철컥, 쐐액.

밀폐 밸브가 완전히 잠기며 외부 공기가 차단되었다. 두꺼운 강철판 너머에서 다급하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반장님! 들리십니까! 차단 수문 수동 제어반이 잠겼습니다! 제가 배관 상류 외곽 밸브로 우회해서 수문 강제 개방 레버를 확보하겠습니다. 현장 규정 4조에 따라 외부 지원 요청도 즉시 타전하겠습니다!

장예린의 외침이 강화 유리창 틈새로 날카롭게 건너왔다. 당황 속에서도 파트너로서 취해야 할 규정 대응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쏟아내는 목소리였다.

장 요원, 서둘러요! 배관 압력 차오르는 속도가 비정상적입니다!

고태민의 외침을 끝으로, 두꺼운 강철판 너머에서 장예린의 군화음이 빠르게 멀어졌다. 망설임 없는, 규칙적이고 저돌적인 발소리였다.

치이익.

등 뒤에서 기분 나쁜 기포 소리가 솟구쳤다.

고태민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컨테이너에 매달려 있던 2급 괴이의 거대한 잔해가 뒤틀리고 있었다. 코어를 강제로 적출당한 괴이의 껍데기는 본래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진득한 점액질로 녹아내리며, 좁은 수문 안쪽 공간으로 독성 증기를 뿜어냈다.

배관 상류에서 밀려 내려온 오수가 닫힌 수문에 가로막혀 갈 곳을 잃고 솟구쳤다.

발목을 덮고 있던 탁수가 순식간에 종아리를 지나 무릎까지 차올랐다. 배수구가 차단된 밀폐 격실 안에서 수위가 상승하는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이대로라면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천장까지 오수로 가득 찰 판이었다.

고태민은 코트 안주머니를 뒤졌다.

손끝에 잡히는 것은 다 부서진 정제염 통과 통신이 끊긴 간이 무전기뿐이었다. 예비 산소마스크는 이미 괴이와의 격돌 중에 파손되어 배관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호흡할 때마다 썩은 냄새와 함께 폐부를 찌르는 인과 잔여물의 독기가 목구멍을 태웠다.

고태민의 시선이 차오르는 오수 표면을 가르고, 천장 구석에 얽혀 있는 구형 유압 배관으로 향했다. 부식된 동 파이프 겉면에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수동 배수 밸브 휠이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흙탕물을 박차며 벽면의 낡은 사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