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벽면을 타고 쇄도하는 2급 유실 괴이의 전두부에서 돋아난 수십 개의 핏빛 안구가 어둠 속에서 일제히 점멸했다. 끈적한 점액질로 뒤덮인 거대한 다리 여덟 개가 아치형 콘크리트 천장을 찍어 누르며 하수관 전체를 흔들었다.
장예린이 개머리판을 어깨에 밀착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세 발의 점사가 파열음을 내며 괴이의 관절부를 때렸으나, 납탄은 검푸른 점액 속으로 맥없이 빨려 들어가며 푸른 불꽃만 튀겼을 뿐이었다. 충격을 흡수한 부위가 오히려 부풀어 오르더니 찢어진 수험표와 묵은 차용증 조각들이 너덜거리며 허공으로 흩날렸다.
물리 타격은 껍데기만 키웁니다. 사격 중지해요!
고태민이 장예린의 소총 총열을 왼손 장갑으로 거칠게 쳐내렸다. 그의 오른손은 이미 허리춤의 가죽 파우치를 뜯어내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걸린 세 개의 유리 캡슐 안에서 굵은 입자의 백색 결정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소총 유효 사거리가 안 나옵니다. 밀어붙이지 않으면 우리가 먼저 압사당합니다!
장예린이 물러서지 않고 탄창을 갈아 끼우며 고함을 질렀다. 방독면 렌즈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건 단순한 퇴적물이 아니에요. 수천 명 분량의 실패가 엉킨 겁니다. 억지로 부수려 들면 반발력 때문에 밸브 통로 전체가 매몰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