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의 아파트, 다음 날 아침. 창밖으로 옅은 햇살이 스며들었지만,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전날 밤의 폭풍우가 할퀴고 지나간 듯 혼란스러웠다. 침대 시트는 밤새도록 뒤척인 흔적으로 구겨져 있었고, 그녀의 미간에는 지워지지 않는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강준혁의 손길, 이마에 닿았던 그의 입술, 옆 테이블 커플의 격렬한 다툼, 그리고 준혁의 나른하지만 단호했던 마지막 말까지. 모든 감각 정보들이 그녀의 뉴런을 자극하며 쉬지 않고 경고음을 울렸다.
유진은 스마트 워치를 통해 에이치에게 요청했던 감각 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노트북 화면에 띄웠다. 화면 가득한 그래프와 수치들은 그녀의 심박수, 체온, 뇌파 활동이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였음을 명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감정 키워드’ 항목은 여전히 ‘인과관계 불명’을 표시하며 텅 비어 있었다. 에이치가 무려 10만 건 이상의 감정 데이터베이스와 시나리오를 학습했음에도, 지금 그녀가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개발한 최첨단 AI 시스템이 그녀 자신의 핵심 감정을 해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유진에게 깊은 무력감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