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나, 아직도 자고 있어? 오늘 중요한 실습이 있는 날이라고!"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낯선 이름.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익숙한 이름. 리아나. 내가 만든 게임 속 수많은 NPC 중 하나에게 붙여준 이름이자, 지금의 나였다. 간밤의 기억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붉은 경고 메시지로 가득했던 모니터, 치명적인 버그, 그리고 ‘별빛 속 연가’의 파멸적인 배드 엔딩.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아니, 이제는 현실이 아닌 게임 속 현실이 되어버렸다.
"리아나? 괜찮아?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문이 빼꼼 열리며 앳된 얼굴의 소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갈색 머리에 주근깨가 귀여운 소녀. 아, 이 아이는… 내 게임 속에서 리아나의 룸메이트로 설정된 ‘셀레나’였다. 평범한 조연 1. 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룸메이트라니. 내가 이런 역할로 빙의할 줄이야.
“아, 응. 괜찮아.”
어색하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뻐근했다.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실제로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건가? 아니, 과로로 쓰러졌다가 깨어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분명히 내가 만든 게임 속이었다. 그것도 내가 가장 경계했던 ‘배드 엔딩’ 직전의 세계.
셀레나는 내 옆으로 다가와 이마를 짚었다. 차가운 손끝이 닿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