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장부의 대차대조
"잠깐 멈춰요, 도미닉 바우어."
대리석 회랑의 서늘한 바람을 가르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도미닉은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주머니 속 명세서 모서리를 매만졌다. 뒤편에서 또각거리는 구둣소리가 빠르게 간격을 좁혀왔다. 은갈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땋아 내린 클라라 보스웰이 앞을 가로막았다.
"수납소 안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자각은 하고 있나요?"
클라라의 녹색 눈동자가 도미닉의 주머니를 꿰뚫을 듯 쏘아보았다. 그녀의 옷깃에 달린 보스웰 가문의 은빛 신탁 배지가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아 번뜩였다.
"수리비 거품을 걷어냈을 뿐입니다. 그쪽 덕분에 베르톨트 부장의 손버릇을 저지했으니 감사는 드리죠."
"감사 인사를 듣자고 따라온 게 아니에요. 당신, 사등급 봉인 계좌를 건드렸어요. 그 종이가 뭘 의미하는지 알면서 빼돌린 건가요?"
"빼돌린 게 아니라 제 권한으로 열람하고 출력한 영수증입니다."
도미닉이 멈춰 서서 클라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신탁 가문이 공짜 밥을 사주지 않는다는 건 압니다. 그러니 그쪽도 내 영수증을 공짜로 넘겨받을 생각은 접으시죠."
클라라의 턱 끝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품 안에서 붉은 문장이 새겨진 인장을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