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박힌 마석 조명의 푸르스름한 빛이 깜빡거리며 사그라들었다.
렌은 손바닥 위에 머물던 푸른 불꽃의 숨을 조용히 거두었다. 불씨가 꺼지자 지하 서고의 공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 곰팡이 핀 양피지 냄새와 수십 년간 켜켜이 쌓인 먼지의 텁텁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책상 위에 놓인 검은 마도서는 이제 아무런 빛도 내뿜지 않았다. 표면에 새겨졌던 보랏빛 상형문자 역시 돌에 새긴 음각처럼 굳어 있었다. 하지만 책장을 만졌던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바늘로 찌르는 듯한 얼얼함이 남아 있었다.
"벌써 아침인가."
렌은 안경을 벗어 옷소매로 렌즈를 닦았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지하로 통하는 나선형 계단 쪽에서 찬 공기가 흘러들고 있었다. 폐기 마도서관은 지표면에서 까마득히 내려앉은 심층부에 자리 잡고 있어 계절의 변화조차 닿지 않았지만, 상층부의 결계가 주간 순환으로 전환될 때면 늘 특유의 비릿한 오존 냄새가 환기구를 타고 내려왔다.
서둘러야 했다. 마도서를 품에 넣고 겉옷 단추를 목 끝까지 채웠다. 두꺼운 양모 코트 안쪽에 책의 모서리가 갈비뼈를 짓눌렀지만, 이 묵직한 이물감만이 그가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닻이었다.
그가 바닥에 흩어진 낡은 목판본 두 권을 서가에 도로 꽂아 넣으려던 찰나였다.
끼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