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차단벽 아래로 파고든 냉기가 폐포 깊숙한 곳까지 찔러 들어왔다. 렌은 바닥에 엎드리듯 상체를 낮추고 틈새를 통과했다. 녹슨 철판 하단에 스친 낡은 사서복 어깨선에서 서걱거리는 마찰음이 일었다. 품에 안은 고대 마도서의 모서리가 가슴뼈를 단단히 압박했다.
뒤이어 거친 숨소리와 함께 비단 안감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시아였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틈새를 기어 나와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무릎과 팔꿈치에 짙은 회색의 석회 먼지가 얼룩덜룩 묻어 있었다.
"공명석 돌려줘."
차단벽 너머의 공간에 발을 들이자마자 엘리시아가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수석 학생의 오기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그건 네 것이 아니야. 아카데미 학무국의 공식 자산이라고. 그걸 멋대로 가져가는 순간 넌 단순한 금서 소지자가 아니라 공공 기물 횡령 및 학술 조사 방해죄까지 뒤집어쓰게 돼."
렌은 주머니를 두드리지도 않았다. 대신 외투 깃을 바로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단벽 너머는 폐기 마도서관의 주 서고와는 공기부터 달랐다. 천장은 낮았고, 양 벽면은 규격화된 화강암이 아니라 거칠게 쪼아낸 편마암을 그대로 쌓아 올린 형태였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바닥에는 발목 높이까지 묵은 먼지가 침전되어 있었다.
"공공 기물 횡령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