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릭스의 입술이 닫히며 마지막 음절이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지팡이 끝에 매달린 세 개의 은제 고리가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했다. 승강구 철문 틀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문양이 핏빛으로 번뜩이더니, 문틈 사이로 푸른빛의 살얼음 같은 마력 결이 뿜어져 나왔다. 정합의 족쇄가 마력핵 영구 동결 모드로 전환되는 파동이었다. 들이쉬는 숨마저 차갑게 굳어버릴 듯한 냉압이 통로 벽면의 이끼를 순식간에 하얗게 바스러뜨렸다.
"지금이야!"
엘리시아가 소매에서 꺼내 든 것은 황동 테두리가 둘러진 아카데미 정규 집광 투영구였다. 시험과 측량에 쓰이도록 규격화된 표준 마법 도구였지만,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회전하는 렌즈는 전혀 다른 용도로 각도를 틀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망설임 없이 투영구 중심 핵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마력이 렌즈의 다각 프리즘을 통과하며 날카롭게 꺾였다. 일곱 갈래로 굴절된 푸른 광선이 문틀 상단, 정합의 족쇄 술식이 가장 빽빽하게 교차하는 중앙 접속 룬을 정확히 타격했다.
본래 아카데미의 형식 마법은 술식의 규격을 엄격히 준수할 때만 작동한다. 그러나 엘리시아는 규격 마법의 굴절률을 고의로 비틀어, 족쇄의 감응 소실점에 완전히 반대되는 파장의 간섭광을 찔러 넣었다.
지지직거리는 파열음과 함께 검붉은 문양이 거칠게 뒤틀렸다. 문틀을 타고 번지던 결빙의 기운이 방향을 잃고 헛돌기 시작했다.
"멍청한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