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마력수가 거칠게 출렁이며 부서진 석판 모서리를 때렸다. 배수관이 터져 나가며 쏟아낸 원초적인 수류는 관리실 바닥을 뒤덮은 은도료 회선을 끊어 놓았고, 물 표면 위로는 제어반에서 쏘아 올린 푸른 영사빛이 어지럽게 번졌다.
허공에 떠오른 양피지 형상에는 교무처 상임이사회의 붉은 인장과 함께 이번 작전의 실체가 날짜별로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즉결 처형이다! 반역자들의 손발을 묶고 숨통을 끊어라!"
칼릭스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뇌화가 파지직 튀었다. 그의 단정한 예복 자락은 진흙탕 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져 있었고, 창백하게 질린 안면 근육은 흉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내지른 호통에도 무장한 집행관들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집행관 부대장의 시선이 허공에 정지한 채 떨리고 있었다. 투영된 행정 문서의 오른쪽 하단, 긴급 현장 투입 및 즉결 처형권 위임란에 찍힌 것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의 부대 인장이었다.
"내 직인이 왜 저기 있는 거지?"
부대장의 굵직한 음성이 물소리를 가르고 낮게 울렸다.
"부대장! 저건 금서 접촉자가 만들어낸 환각 술식이다! 학칙을 수호해야 할 집행관이 일개 사서 놈의 요술에 현혹될 셈인가!"
칼릭스가 핏발 선 눈으로 윽박질렀지만, 엘리시아는 이미 손에 든 실물 양피지를 부대장의 코앞으로 내민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