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원에 꽂힌 덫
"검날을 눕혀요, 발렌틴!"
로젤리아가 다급하게 코트 자락을 낚아채며 외쳤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빛 투구를 눌러쓴 지휘관의 장검이 허공을 갈랐다. 방진을 이룬 수백 명의 결계병들이 쥐고 있던 은빛 창끝에서 일제히 호박색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파열음과 함께 수십 줄기의 빛 창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발렌틴은 지체 없이 대검을 비스듬히 틀어쥐며 몸을 돌렸다. 남자의 거대한 체구가 로젤리아의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았고, 검신을 따라 치솟은 서릿발이 반원형의 두터운 빙벽을 세웠다.
콰아아앙!
빗발치는 마력 창들이 빙벽에 처박히며 귀청을 때리는 굉음을 토해냈다. 단단했던 얼음 벽에 사방으로 균열이 번지며 얼음 파편과 눈가루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뒤로 물러서시오!"
발렌틴이 이를 악물며 검자루를 더 깊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칼날을 쥔 손마디는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등줄기는 불길하게 떨렸다.
"버틸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에요. 바닥을 봐요!"
로젤리아가 남자의 허리춤을 단단히 붙들며 발밑을 가리켰다.
사납게 몰아치는 북부의 눈바람 속에서도 바닥의 눈더미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눈이 녹아 드러난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거대한 십자형 문양이 섬뜩한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