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핏줄의 고백
"손 치워요. 털어놓을 기운이 남아 있다면 숨부터 골라야 하니까."
로젤리아는 제 손목을 밀어내려는 발렌틴의 억센 손가락을 오히려 역으로 꺾어 쥐었다.
남자의 피부는 얼음장보다 차가웠다. 서릿발이 살갗을 뚫고 솟구쳐 로젤리아의 손바닥 안쪽을 사납게 찔렀다. 바위에 기댄 발렌틴의 입술 틈새로 검붉은 핏덩이가 푸른 얼음 가루와 뒤섞여 왈칵 쏟아져 내렸다.
"쿨럭, 커흑……!"
핏방울이 바닥의 눈더미를 붉게 물들이며 치익 소리와 함께 얼어붙었다.
발렌틴은 턱을 바르르 떨면서도 로젤리아를 똑바로 응시했다. 흑청색 눈동자에 핏발이 서서히 번지고 있었다. 남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안면 근육을 억지로 수습하며 어깨를 뒤로 물렸다.
"물러서. 내 몸의 한기가…… 지금 당신 온기까지 모조리 얼려버릴 거다."
"혼자 잘난 척하면서 쓰러질 생각인가요? 결속 인장이 새겨진 이상 당신이 멎으면 나도 온전치 못해요. 헛소리 말고 내 호흡을 따라 해요. 들이쉬고, 내쉬고."
로젤리아는 남자의 손목 맥을 짚은 손끝에 단호하게 힘을 주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미온의 마력을 규칙적인 박자로 내보냈다. 남자의 몸 안에서 제멋대로 날뛰던 칼날 같은 한파가 로젤리아의 손바닥을 타고 넘어와 뼛속을 시리게 갉아먹었다. 이가 딱딱 맞부딪칠 만큼 혹독한 통증이었지만, 로젤리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남자의 시선을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