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젤리아는 맞잡힌 손을 빼내려 허비하는 대신, 비틀린 남자의 손목 안쪽으로 엄지손가락을 깊게 밀어 넣었다. 가파르게 요동치는 요골동맥의 박동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일 분에 백이십 회를 훌쩍 넘긴 불안정한 속도였다.
"셋째는 없나요, 대공?"
로젤리아의 목소리는 서리 내린 바닥만큼이나 평온했다.
"내 목을 꺾거나, 내가 당신의 품에 안기거나.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건 협상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짐승의 억지에 불과해요."
"입만 살았군."
발렌틴이 턱을 바짝 당기며 손아귀에 힘을 실었다. 로젤리아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며 삐걱거렸으나, 그녀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남자의 시퍼런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발렌틴의 호흡은 얼음 조각을 삼킨 것처럼 거칠게 꺾이고 있었다. 갈비뼈를 타고 오르내리는 흉곽의 진폭이 지나치게 얕았다.
"숨을 깊게 내쉬세요."
"명령하지 마라."
"죽기 싫으면 뱉으라는 뜻입니다. 폐 속에 찬 공기를 채운 채 마력을 억누르면 심박수가 먼저 무너져요."
로젤리아는 발렌틴의 손목을 쥔 반대쪽 손으로 그의 가슴팍 중앙을 단호하게 짚었다. 두꺼운 검은 융단 제복 너머로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손바닥을 찔렀다.
로젤리아는 턱을 치켜들고 갈비뼈를 천천히 확장했다. 하나, 둘, 셋, 넷. 네 박자에 걸쳐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신 뒤 일곱 박자 동안 정점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여덟 박자에 걸쳐 입술 틈새로 더운 기운을 천천히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