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닫힌 수로와 붉은 신호
"손 떼, 도경원."
송태이가 도경원의 팔목을 낚아채 벽면 단자함에서 거칠게 떼어냈다. 쾅 하는 파이프 파열음이 지하 침전조 천장을 때렸다.
"채은아, 저 인간은 지금 네 고막이 터지든 말든 재단 비리 터뜨릴 생각밖에 없어!"
태이가 헐떡이며 경원의 가슴팍을 밀쳤다. 녹슨 철제 단자함 문짝이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덜렁거렸다. 단자함 속에서 은색 절연 테이프로 감긴 사각형 외장 하드가 반쯤 삐져나와 있었다.
도경원은 밀려나면서도 태이의 손을 쳐내지 않고 차갑게 응시했다.
"그 하드가 없으면 공청회장에서 입도 뻥긋 못 해. 우리가 시계탑을살리든 말든, 저들은 기록을 위조해서 결함으로 몰아붙일 거다."
"그걸 네가 왜 채은이 목숨을 걸고 떠맡기냐고!"
태이의 고함이 좁은 수로 통로를 울리며 메아리쳤다. 그 울림이 채은의 귓바퀴를 파고들어 날카로운 바늘처럼 신경을 찔렀다. 채은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둘 사이로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억센 어깨를 가르고 손을 뻗어, 단자함 홈에 위태롭게 걸려 있던 은색 외장 하드를 낚아챘다.
묵직한 금속 케이스 모서리가 손바닥을 짓눌렀다. 채은은 하드를 점퍼 안쪽 주머니에 깊숙이 쑤셔 넣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그만해, 둘 다."
채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싸울 거면 밖으로 나가서 싸워. 지금 여기서 목청 높이면 방재실 요원들이 내려오는 시간만 줄어들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