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에 닿는 교복 옷깃 속으로 은색 펜던트의 서늘한 금속 감촉이 파고들었다. 리아나는 펜던트를 쥐었던 손을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침 종소리가 멎은 에테르 아카데미의 복도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지만, 그녀의 목적지는 식당도, 점심시간에 맞춰 오라던 학생회실도 아니었다.
리아나는 본관과 학생회관이 이어지는 대로를 피해 중앙 정원의 외곽 회랑으로 걸음을 꺾었다. 천공 도시 아르카나의 차가운 상공 바람을 막아주는 유리 돔 너머로 인공 태양의 백색 광선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정원에 심어진 발광 넝쿨들이 학생들의 활기찬 노란색, 주황색 오라에 반응해 가볍게 흔들렸다.
리아나는 자신의 전신을 잿빛의 옅은 오라로 단단히 감싸 쥐었다. 어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 신신당부했던 방어의 장막이었다. 남들에게는 아무런 재능도, 두드러진 감정도 없는 열등생의 오라처럼 보이게 만드는 껍데기. 어제 카이젠의 오라를 무의식적으로 건드렸던 끔찍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 장막을 한 겹이라도 느슨하게 풀어서는 안 되었다.
외곽 회랑의 대리석 기둥들은 굵고 촘촘했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본관을 완전히 벗어나 서관 기숙사로 곧장 돌아갈 수 있었다. 학생회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드리안 벨모트 따위는 모른 척 넘기면 그만이었다. 그저 길을 잃었다거나 몸이 좋지 않았다고 둘러댈 핑계는 얼마든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