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모서리가 등허리를 파고들었다. 뒤통수에 닿은 가죽 장정 고서들의 서늘한 감촉과 달리, 눈앞을 가로막은 카이젠의 숨결은 화형대 곁에 선 것처럼 메마르고 뜨거웠다.
두 사람의 손가락 사이에서 꼬인 금빛 에테르 실은 풀릴 기미가 없었다. 카이젠의 흉곽 안쪽에서 뻗어 나온 진홍빛 줄기들이 굶주린 덩굴처럼 금빛 실을 옥죄며 더욱 굵어졌다.
손가락 마디를 타고 전해지는 파동은 뼛속까지 시큰거리게 만들었다. 그의 깊은 내면에 갇혀 있던 날것의 감정이 실을 매개로 고스란히 밀려들었다. 억누르고 통제하려 발버둥 치는 자책, 그 밑바닥에서 치받치는 난폭한 갈증. 타인의 감정 파편이 리아나의 흉골을 날카로운 바늘처럼 찔렀다.
카이젠의 푸른 눈동자 가장자리에 핏발이 섰다. 그가 리아나의 어깨를 으스러뜨릴 듯 그러쥐며 한 발짝 더 바짝 짓쳐들었다.
"내 질문에 대답해. 내 신경계를 휘젓고 있는 이 불길이 대체 뭐지?"
카이젠의 낮은 목소리가 성대 안쪽에서 긁혀 나왔다.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던 그의 검푸른 제복 깃 사이로, 쇄골 정중앙에 이식된 황실제 감정 억제 장치가 번뜩였다. 푸른 보석 형상을 한 마도 합금 판형 장치였다. 감정의 진폭을 강제로 영점에 고정해야 할 그 장치가, 엉겨 붙은 실의 파동을 견디지 못하고 불길한 주홍빛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찌르르,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장치 외벽을 따라 붉은 스파크가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