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를 짓누르는 서슬 퍼런 압박감 너머로 카이젠의 거친 숨결이 닿았다. 쇄골 바로 위에 맞닿은 리아나의 손바닥으로 금속 파편의 날카로운 단면과 펄펄 끓는 열기가 가감 없이 파고들었다.
억제 장치가 박살 난 자리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에테르와 금빛 실이 엉키며 살갗을 지져댔다. 실을 타고 전해지는 파동은 단순한 마력의 충돌이 아니었다. 감정을 억누르던 족쇄가 깨지며 통제를 잃은 남자의 들끓는 고통과 맥박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타고 고스란히 밀려들고 있었다.
카이젠은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억제 장치를 벗어던진 그의 붉은 오라는 방 안을 통째로 집어삼킬 기세로 흉흉하게 일렁였다. 책장 위에 얹혀 있던 종이 뭉치가 마력풍에 휘말려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고, 깨진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찬 바람마저 그 살인적인 열기에 닿아 바싹 메말라갔다.
"침묵으로 답을 대신할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리아나."
카이젠이 턱을 쥔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제복 안쪽의 단추는 모조리 뜯겨 나가 있었고, 흑발 사이로 번뜩이는 푸른 눈동자 속 붉은 불씨는 이성을 완전히 밀어낸 맹수의 형형함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리아나는 시선을 내리깔지 않았다. 뼈마디가 으스러질 듯 조여오는 손목의 통증에도, 쇄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협적인 기세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든 채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사슬이라고 부르든 족쇄라고 부르든 마음대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