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이 사라진 비탈길 아래는 가로등 불빛도 닿지 않아 먹물이라도 엎지른 것처럼 캄캄했다. 빽빽한 플라타너스 잎사귀 사이를 비집고 내려앉은 밤바람이 마른 흙먼지를 쓸어 올렸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고막을 긁어대자, 채은은 욱신거리는 귓바퀴를 손바닥으로 슬며시 덮었다. 헤드폰에서 터져 나왔던 0데시벨 피크의 파열음 탓에 귓속에서 미세한 이명이 맴돌았다.
태이가 그런 채은의 손을 황급히 가로막으며 손가락 사이를 살폈다.
"괜찮아? 피 안 나? 이비인후과부터 가자. 응급실이라도 가야 해. 응?"
"피 안 나. 잠깐 울린 것뿐이야."
채은은 손을 내리며 숨을 천천히 골랐다. 그러나 태이의 시선은 채은의 손안에 쥐어진 작은 검은색 플라스틱 덩어리에 못 박혀 있었다.
"그거 당장 버려."
태이의 목소리가 단번에 가팔라졌다.
"3천 헤르츠 노이즈? 그걸 음향 전공도 아닌 건축과 신입생한테 던져주고 내일 정오까지 빼오라고? 넌 그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졸업 영화 믹싱 맡았다고 온 음향관에서 기고만장한 인간이야. 지 마음에 안 들면 녹음 트랙도 가차 없이 갈아엎는 악질이라고. 귀도 성치 않은 애한테 이런 억지 과제를 던지는 게 정상이야?"
"선배 말이 맞아. 내가 마이크 제대로 통제 못 해서 피크 뜬 거야."
"그건 내가 갑자기 뺏으려다가 그런 거잖아!"
태이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의 갈색 눈동자에 낭패감이 짙게 배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