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이 덜컥거리며 완전히 닫히자마자 송태이가 콘솔 데스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태이는 목재 상판에 놓여 있던 사각 USB와 검은색 펠리칸 케이스 손잡이를 한꺼번에 낚아챘다.
"이거 당장 버려. 집으로 가자, 누나."
채은은 손을 뻗어 태이의 손아귀에 걸린 케이스 손잡이를 단단히 맞잡았다. 손가락 끝에 닿는 단단한 플라스틱 외피가 차가웠다.
"이리 줘, 태이야."
"안 줘. 못 줘."
태이가 케이스를 제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기며 턱 끝을 바짝 치켜들었다. 갈색 앞머리 아래로 붉게 충혈된 눈이 드러났다. 밤새 편집 툴을 쳐다보느라 핏발이 선 눈동자에는 명백한 적의가 서려 있었다.
"110데시벨이라고 했잖아. 도경원 그 인간 입으로 직접 말했어. 지하철 바로 옆에서 쇠 긁는 소리가 100데시벨이야. 기계실 안에서 110데시벨을 맨귀로 버티라고? 누나 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뻔히 알면서 저러는 거잖아. 이건 과제가 아니라 그냥 나가떨어지라고 등 떠미는 폭력이야."
"맨귀로 간다고 안 했어. 차음 장비 챙길 거야."
"차음 장비 같은 소리 하네! 공사장 헤드셋 껴도 저주파 진동은 뼛속까지 울려. 누나 평소에 버스 경적 소리만 들어도 이명 때문에 주저앉잖아. 그런데 톱니바퀴 굴러가고 쇠망치로 종 때리는 탑 꼭대기에 올라가겠다고? 거긴 밀폐된 돌방이야. 소리가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벽에 부딪쳐서 몇 배로 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