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톱니바퀴의 맞물림이 덜컥 멎으며 기계실 구석에 무거운 먼지가 내려앉았다. 8시 정각을 알리던 기계 장치가 멈추자, 귓바퀴를 찌르듯 맴돌던 금속 마찰음 대신 낡은 베어링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태이가 채은의 손목을 움켜쥔 손에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누나, 제발 정신 차려. 110데시벨이면 방음 장비를 써도 고막 안쪽까지 찢어지는 충격이야. 저 인간은 누나 귀 상태를 알면서 일부러 여기까지 끌고 온 거라고. 저 도면이 진짜든 가짜든, 누나가 왜 귀를 걸고 증명해야 하는데?"
태이의 거친 호흡이 좁은 기계실 바닥을 때렸다. 채은은 태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밀어내며 팔을 뒤로 뺐다.
"도망칠 생각 없으니까 손 놔, 태이야. 내 귀로 확인하기 전까진 한 발자국도 안 내려가."
"누나!"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 하지만 이건 내가 도망치면 영원히 아버지가 도망친 게 돼."
채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태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바짝 말린 채 채은을 노려보았다.
채은은 망설이지 않고 바닥에 놓인 검은색 펠리칸 케이스 앞으로 다가갔다. 두 개의 잠금장치를 거칠게 제치자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상판이 젖혀졌다. 고밀도 우레탄 폼 사이에 정밀하게 안치된 계측용 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