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로간! 네 왼쪽 눈에서 붉은 피가 넘쳐흐르고 있단 말이야!"
베로니카가 로간의 멱살을 잡아채 거칠게 흔들었다.
로간은 답하지 못했다. 귓구멍 안쪽까지 뜨겁게 끓어오르는 쇳물이 차오른 듯 숨이 턱 막혔다. 파편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잉크 자국은 단순한 마력 찌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각막을 뚫고 들어가 시신경을 한 올씩 짓이기며 뇌수에 직접 룬을 새겨 넣고 있었다. 시야의 절반이 핏빛 격자로 쪼개졌다. 연구동 벽면의 석재 이음매마다 핏빛 주석이 주렁주렁 매달려 로간의 귓가에 쉰 목소리를 쏟아냈다.
바르도의 혈맥. 열두 장의 서두를 비틀 유일한 그릇.
귓전을 긁어대는 묵직한 이명에 로간은 무릎을 꺾었다. 왼쪽 관자놀이에서 핏줄이 터져 나온 것처럼 뜨거운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끝이 덜덜 떨리며 바닥의 차가운 돌판을 긁었다. 파편은 이미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눈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졌지만, 그 문맥의 무게는 두개골을 부숴버릴 듯 팽창했다.
탕! 탕!
천장 배관을 찢어발기며 굵직한 은박 철갑 탄환들이 쏟아졌다. 파열된 석회 가루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사이로 집행관들의 검은 군화가 환기구 철망을 짓밟고 내려앉았다.
"사살 대상 확인. 바르도의 혈통을 확보하거나 불능화하라!"
지휘관의 짓이겨진 목소리가 연구동 울림통을 타고 퍼졌다. 그 뒤를 이어 세 명의 집행관이 은박 탄창을 갈아 끼우며 총구를 아래로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