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 너머의 울림은 묵직했다. 차가운 쇠사슬이 벽돌 바닥을 긁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발소리는 셋. 앞선 발걸음은 보폭이 넓고 뒤꿈치에 힘이 실려 있었고, 뒤따르는 둘은 보폭이 좁고 일정했다.
신전의 걸음걸이였다. 제국 전역의 대성당에서 복사 시절부터 발끝을 바르게 펴도록 훈련받은 사제들의 전형적인 보행법이었다.
"단열 결계 올려."
베로니카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손가락이 허리춤의 양장본 모서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펠릭스, 반작용 흡수 장치의 배출구를 환기구로 돌려. 증기가 차면 즉시 실습실 전체가 불법 연금술 연구 구역으로 등록돼. 수색 영장 발부 사유야."
"알았어요, 젠장. 방금 갈비뼈 금 간 게 아직 붙지도 않았는데."
펠릭스가 툴툴거리며 벽면으로 달려갔다.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팔뚝의 방어 룬에서 연기가 치익 뿜어져 나왔다. 그는 두 손으로 황동 밸브를 잡아 비틀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 아래로 유황 냄새를 품은 푸른 수증기가 빨려 들어갔다.
로간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석판을 보았다.
주황색으로 잦아든 글자들은 얌전했다. 하지만 획의 끝자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단어 하나의 모음을 깎아냈을 뿐이지만, 언어가 가진 본래의 무게가 허공으로 흩어지지 못하고 석판 둘레를 맴돌고 있었다. 신성 언어는 살아 있는 물질이었다. 문맥을 비틀어놓으면 그 문맥이 안착할 때까지 주변의 법칙을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