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층 복원실의 무거운 방음 철문을 닫자 차가운 석조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바닥에 고인 퀴퀴한 습기가 신발 밑창에 달라붙었다. 로간은 흑연 가루가 묻은 손가락 끝을 옷자락에 문지르며 품에서 접힌 양피지를 꺼냈다. 불길에 그을려 가장자리가 바스러진 양피지 파편 위에, 방금 석판의 은빛 성유 자국에서 긁어내듯 모사한 직인의 윤곽이 선명했다. 원형 테두리를 가로지르는 세 갈래의 지팡이 형상이었다.
뒤따라오던 펠릭스가 로간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선형 계단 벽면에 박힌 마광석 불빛이 비치자, 펠릭스의 발걸음이 돌연 우뚝 멈췄다.
"잠깐. 그 그림, 다시 펴 봐."
펠릭스의 목소리가 계단참의 벽을 치고 거칠게 울렸다. 로간이 뒤를 돌아보자, 펠릭스는 양팔에 돋을새김 된 방어 룬 문신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팔뚝을 굳힌 채 양피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왜 여기 있어? 너 이거 어디서 베낀 거냐고."
"석판 맨 아랫단입니다. 대성전의 주어를 지우고 아카데미 대탑의 좌표를 틀어박을 때 찍힌 압인입니다. 잉크 대신 성유가 스며든 자리라 일반 육안으로는 안 보였지만, 문맥의 끝에 지맥 결속용 인장이 확실히 남아 있었습니다."
로간이 차분하게 대답하자, 펠릭스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양피지를 낚아채듯 가져갔다. 굵은 엄지손가락으로 흑연이 번진 세 갈래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문지르는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