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알리는 첫 번째 타종 소리가 공동 천장의 암반을 뒤흔들며 내려앉았다.
웅, 웅, 울리는 진동에 발밑의 매끄러운 바닥이 비명을 지르듯 떨렸다. 십오 미터 높이의 흑요석 대지맥 쐐기 표면에서 핏빛 줄기들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은빛 기름막 아래 감춰져 있던 붉은 광선이 맥박처럼 뛰며 제단 전체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말콤의 손에 들린 은빛 축성 정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감사관의 홀쭉한 뺨에 새겨진 깊은 주름 사이로 경련이 일었다.
"소각 조항이라니……? 새파란 낙제생 놈이 감히 성스러운 축성을 모독하려고 세 치 혀를 놀리는구나! 교황청의 성무를 집행하는 본관 감사단이 어찌 제물이 된단 말이냐!"
"내 말이 거짓말 같으면 당장 당신 감식봉으로 쐐기 밑바닥 성유 찌꺼기나 찍어 보십시오!"
로간은 쐐기 좌대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소리쳤다. 과열된 왼쪽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보랏빛 안광이 안경 렌즈 너머로 차갑게 번뜩였다. 눈동자 주변의 실핏줄이 터져 붉은 피가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