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철제 계단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배수로 벽면을 때렸다.
축성 정이 쐐기를 쪼개면서 터져 나온 잔류 마력이 지하 통로를 메운 흙탕물 위로 파랗게 튀었다. 로간은 축축한 벽면을 짚으며 성큼성큼 발을 뗐다. 왼쪽 눈꺼풀 안쪽이 불에 덴 것처럼 욱신거렸지만, 멈춰 설 틈은 없었다.
"펠릭스, 걸을 수 있겠어?"
뒤따라오던 베로니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펠릭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팔을 칭칭 감고 있던 족쇄 룬은 까맣게 타서 재만 남았지만, 찢겨 나간 살갗에서 배어 나온 피가 소매를 붉게 적시고 있었다.
"팔이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습니다, 선배. 진작 이 빌어먹을 걸 뜯어냈어야 했는데."
펠릭스는 잇새로 신음을 삼키면서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인츠가 은혜라며 박아 넣었던 족쇄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두 다리에 힘이 붙는 모양이었다.
일행의 맨 뒤편에서는 말콤이 감식봉을 바짝 치켜든 채 계단을 밟았다. 사제복 자락은 흙탕물에 젖어 엉망이었고, 홀쭉한 뺨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말콤의 시선은 펠릭스의 상태나 로간의 상처 따위에는 닿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직 천장 너머, 무너져 내린 본관 4층의 위치를 가늠하듯 위쪽만을 병적으로 쫓고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 지맥 역류가 처장실에 떨어졌다면 본관 전체에 비상 결계가 작동했을 거다. 하인츠가 수습을 마치고 도망치면 교황청과의 연줄도, 내 보고서도 공중에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