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찢는 바람 소리와 함께 몸이 허공으로 곤두박질쳤다.
부서진 4층 집무실 바닥 밑으로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암흑뿐이었다. 벽면을 따라 삐져나온 굵은 배관과 부러진 철골들이 날카로운 손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균열 벽면 곳곳에 엉겨 붙어 있던 보랏빛 지맥 찌꺼기들이 마찰열에 터져 나가며 매캐한 유황 냄새를 뿜어냈다.
머리칼이 거세게 뒤흔들리는 가운데, 바로 위쪽에서 붉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뛰어내린 펠릭스가 고함을 질렀다.
"다리 부러지기 싫으면 내 등 뒤로 붙어, 룬 족쇄 풀린 결계가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펠릭스가 껍질 벗겨진 양팔을 아래로 뻗었다. 족쇄가 타버린 살갗에서 솟구쳐 오른 주황빛 마나가 허공에서 기하학적인 다면체로 엮였다. 이전처럼 마나의 흐름을 안쪽으로 갉아먹는 반작용은 없었다. 단단하게 벼려진 결계판 세 개가 낙하 궤적 아래로 층층이 겹쳐 깔리며 거센 하강 풍압을 뚝 꺾어 놓았다.
"바람길이 아직 거칠어요!"
뒤이어 낙하하던 베로니카가 벨트에서 두꺼운 주석서를 뽑아 들었다. 펄럭이는 책장 사이로 깃펜 끝을 찔러 넣자, 잉크 방울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나선형의 돌풍을 일으켰다. 위로 치솟는 기류가 펠릭스의 완충판을 받치며 낙하 속도를 완만한 활강으로 바꾸었다.
"우와아악!"
가장 늦게 몸을 던진 말콤이 사제복 자락을 펄럭이며 허우적대자, 베로니카가 깃펜을 틀어 바람 줄기로 사제의 뒷덜미를 낚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