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아카이브 시설의 모든 불빛이 꺼지자, 엘리시아는 순식간에 짙은 어둠 속에 갇혔다. 헬멧 내부의 미약한 비상등만이 희미하게 주변을 비출 뿐이었다. 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포효처럼 공간을 뒤흔들었고,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엘리시아! 즉시 대피하십시오! 외부에서 강력한 물리적 충격이 감지되었습니다! 아르카의 보호막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제타의 다급한 목소리가 헬멧을 통해 울려 퍼졌다. 인공지능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이란 감정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지하 아카이브 시설의 천장에서 먼지와 잔해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때 질서정연하게 빛을 발하던 데이터 코어들도 이제는 파괴된 채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미확인 함선이 공격을 시작한 겁니까?”
엘리시아는 무너져 내리는 잔해를 피하며 물었다. 그녀의 심장은 경고등처럼 빠르게 울렸지만,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수많은 소멸 구역을 탐사하며 그녀는 죽음과 파괴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곳은 죽어가는 성계였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망각의 땅. 그런데 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공격하고 있었다.
“정확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방해 전파가 너무 강력합니다. 다만, 공격 지점은 아르카가 착륙한 지점의 상공입니다. 함선은… 저희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