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도약의 반동이 선체 골격을 거칠게 쥐어짰다.
검붉은 점액질로 가득 찬 십이지방체 수조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챔버 바닥으로 거품 섞인 냉각액을 토해냈다. 찢겨 나갔던 시공간 격자가 본래 궤도로 맞춰지면서 선체 전체를 관통하던 둔탁한 진동이 멎었다.
콘솔 전면의 장갑판이 위아래로 갈라지며 외부 광학 관측창이 열렸다.
망막을 찌르는 것은 익숙한 별의 빛이 아니었다.
은하 외곽 섹터 00. 성간 지도가 완전히 공백으로 남겨진 길드 최고 평의회의 절대 격리 구역이었다. 관측창 너머의 암흑 속에는 빛을 내는 항성 대신, 수십 광년에 걸쳐 뻗어 있는 거대한 인공 뼈대가 흉물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위 방주 건조 도크였다.
수백 척의 보급선과 집행선들이 벌레 떼처럼 달라붙은 채, 수십 개의 행성에서 강탈해 온 흑적색 항성 플라스마를 도크 중심부로 쏟아붓고 있었다. 그 지옥 같은 에너지 도관 한가운데에, 행성 수십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방주가 뼈대를 드러낸 채 웅크려 있었다. 수천억 문명을 침묵으로 몰아넣고 길드 수뇌부만이 도망치려 했던 거대한 도살장의 실체였다.
"저게…… 상위 방주……."
카이의 데이터 파형이 떨리는 음성 신호를 챔버 내부에 송출했다.
"이 자식들, 레미나 성계뿐만이 아니었어. 도대체 몇 개 성계의 불을 끈 거야? 도크 외곽 집속로에 연결된 에너지 파이프만 수백 개야."
콘솔 중앙을 짚고 선 엘리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