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내려앉은 북쪽 대열주 회랑은 이미 붉은 화염의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명실을 박차고 나온 카엘의 군화 아래서 깨진 대리석 조각들이 날카롭게 바스러졌다. 어깨의 베인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검은 제복을 짙게 물들였지만, 카엘은 칼자루를 고쳐 쥐었을 뿐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뒤따르던 라온이 핏자국이 튄 로브 자락을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지팡이 끝에 매단 초대의 금서 마지막 장이 파르르 떨리며 미약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대공 전하, 전방입니다!"
라온의 외침과 동시에 회랑 모퉁이 너머에서 거친 쇠붙이 소리가 쏟아졌다.
시종부의 지휘를 받는 배신한 근위대와 방위군 잔당들이 회랑 전체를 겹겹이 틀어막고 있었다.
반역에 가담한 병사들은 사각 방패를 빈틈없이 맞물려 1선에 세우고, 그 뒤편으로 긴 투창과 마도 쇠뇌를 거치한 채 살기등등한 진형을 갖추었다. 붉은 천을 투구에 두른 반란군 장교가 카엘을 발견하자마자 칼을 뽑아 들며 포효했다.
"북부 대공이다! 놈이 공명실에서 기어 나왔다! 쏴라, 벌집으로 만들어라!"
쇠뇌의 시위가 일제히 튕겨 나갔다. 푸르스름한 독기가 서린 쇠화살 수십 발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뒤이어 긴 투창들이 회랑의 천장을 스치며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다.
"물러서지 마라."
카엘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검신에서 서슬 퍼런 빙결의 한기가 폭풍처럼 번져 나갔다.
채채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