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서릿발이 차폐벽의 암갈색 돌을 하얗게 짓이기며 뻗어 나갔다. 칼릭스의 검신에서 피어오른 냉기는 정면의 수석 집행관이 아니라, 우측 뒤편에 버티고 선 남동쪽 결계사의 발밑을 먼저 덮쳤다.
엘리샤의 외침을 들은 칼릭스는 단 반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힘의 궤적을 꺾었다.
"막아라! 결계 중심축을 보호해!"
수석 집행관이 핏대를 세우며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단도로 학장의 인장을 짓이기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노인의 손끝에서 찰나의 빈틈이 생겼고, 칼릭스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콰직!
두꺼운 얼음 송곳이 남동쪽 결계사의 무릎과 지팡이를 한꺼번에 꿰뚫었다. 지팡이 끝에 맺혀 있던 은색 결계핵이 급속 동결되며 허연 김을 뿜더니, 이내 유리가 깨지듯 파편을 흩뿌렸다.
"큭, 크아악!"
축을 담당하던 마법사가 바닥에 나뒹굴자, 사각 결계를 유지하던 은빛 장막 네 겹이 팽팽한 활시위처럼 뒤틀렸다. 균형을 잃은 마력이 거꾸로 결계사들의 호흡줄을 죘다. 나머지 세 명의 결계사 역시 턱을 뒤흔드는 반동에 휘청이며 피를 토해 냈다.
결계의 틈새가 벌어졌다.
엘리샤는 관찰자의 시야로 그 균열을 똑똑히 보았다. 찢어진 은색 결계선들 사이로 수석 집행관이 쥐고 있는 통제 석판이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었다. 학장의 마안 인장이 반쯤 갈려 나가며 내뿜던 보랏빛 불꽃이 사그라지자, 석판 중심부의 오래된 균열이 선명하게 노출되었다.
"칼릭스, 지금이에요! 석판 정중앙의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