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를 돌리는 손끝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닿았다. 엘리샤는 소리 없이 문틀을 밀고 복도로 나섰다. 심야의 기숙사 복도는 정적에 잠겨 있었으나, 창밖 너머 훈련장 쪽에서 번지는 푸른빛의 잔흔은 여전히 대기를 미세하게 진동시키고 있었다.
엘리샤는 잔디를 밟는 대신 훈련장 외곽을 둘러싼 석조 회랑의 그늘을 골라 밟았다. 신발 바닥이 흙과 스치는 소리조차 지우는 것은 그녀가 지닌 관찰자 능력 덕분이었다. 시야 사각을 파고들 때, 주변의 시선과 인지가 자연스럽게 비껴가는 감각. 원작 소설에서 엑스트라였던 엘리샤의 존재감이 일종의 은폐 수단으로 치환된 결과였다.
낡은 창고는 훈련장 서쪽, 잡목림과 맞닿은 음지에 버려지듯 서 있었다. 부서진 목재와 결계용 차폐석 찌꺼기가 널브러진 건물 외벽에 이르렀을 때, 틈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누르스름한 불빛이 보였다.
창고 판자벽의 벌어진 틈새에 한쪽 눈을 가져다 댔다.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아카데미 하급 관리인 복장을 걸치고 있었으나 허리춤의 거친 태도로 보아 본래 직책은 다른 곳에 있는 듯했고, 다른 한 명은 얼굴을 깊숙이 가린 칠흑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창고 중앙의 탁자 위에는 사흘 뒤 열릴 아카데미 연례 마법 경연 대회의 표식이 새겨진 붉은 목각 상자가 열려 있었다. 상자 안쪽 벨벳 천 위에는 대회 결선에 쓰일 공인 마법석 세 덩이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