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신호탄이 돔형 천장의 아치에 닿아 산산이 부서졌다.
빛가루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것과 동시에 2층 회랑 난간에 도열해 있던 황실 마법사단 열두 명의 지팡이 끝이 일제히 타올랐다. 영창의 끝머리가 겹치며 낮게 깔리는 웅성거림이 지하 제어실의 공기를 단숨에 짓눌렀다.
"발포."
세드릭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새빨간 화염구와 푸르스름한 전격의 다발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고열의 마력이 바닥을 짓이기며 공기를 급속도로 팽창시켰다.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폭음이 연속해서 벽면을 두드렸다.
칼릭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피 묻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장검을 쥐고, 칼날을 제어실 바닥의 석판 틈새로 깊숙이 내리꽂았다. 장검 표면에 서려 있던 서릿발이 굉음과 함께 지면을 타고 퍼져 나갔다.
콰아아앙!
지하수의 수맥을 강제로 끌어올린 냉기가 단 1초 만에 솟구쳤다. 엘리샤와 칼릭스의 전면을 가로막으며 두께 두 뼘이 넘는 투명한 빙벽이 솟아올랐다. 천장까지 닿을 듯 치솟은 얼음 방벽 위로 화염과 벼락이 연달아 내리꽂혔다.
쩌저적, 쾅!
빙벽 표면이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잘게 갈라지며 파편을 튀겼다. 자욱한 수증기와 그을음이 삽시간에 시야를 가렸다. 전격이 튕겨 나간 자리에 검은 그을음이 남았고, 끓어오른 수증기 사이로 매캐한 유황 냄새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