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의 서늘한 손짓 하나에 허공을 메운 거대한 마법진 열두 개가 일제히 붉은빛으로 타올랐다.
원로원 심판관 열두 명의 지팡이 끝에서 굵직한 번개 줄기가 번뜩였고, 곧이어 고열을 머금은 주홍색 화염 덩어리들이 벼락과 뒤엉켜 대결투장 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지표면의 공기가 순식간에 데워지며 숨이 턱 막히는 열풍이 불어 닥쳤다.
칼릭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파열된 근육에서 흘러내린 피로 붉게 물든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검을 결투장 바닥에 박아 넣었다.
"얼어붙어라."
칼릭스의 입술 사이로 낮게 울린 한마디와 함께, 바닥에 균열이 생기며 두터운 빙벽 여섯 겹이 부채꼴 형태로 솟구쳐 올랐다. 가문의 비전 결빙 마법이었다. 지맥 괴수의 핵을 관통하느라 마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음에도 얼음 장벽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냉기를 내뿜었다.
곧이어 귓청을 찢는 폭음이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쾅, 콰아아앙!
원로원의 번개와 화염이 빙벽의 겉면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녹아내린 얼음 물줄기가 맹렬한 증기를 뿜어내며 허공을 뿌옇게 가렸다. 하지만 열두 명의 고위 마법사가 합을 맞춘 합동 포격은 단순한 충격파로 끝나지 않았다. 붉은 번개가 얼음 표면을 파고들며 빙벽의 근간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칼릭스의 턱 끝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얼음을 유지하는 오른팔의 핏줄이 푸르스름하게 부풀어 올랐다.
"큭……!"
"칼릭스, 버텨요! 빙벽의 중심을 유지하면 뚫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