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간으로 파고드는 검푸른 칼날의 서슬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엘리샤는 피하지 않았다. 좁은 마차 바닥에서 뒤로 물러서는 순간 벽에 막혀 목이 꿰뚫릴 뿐이었다.
손바닥에 쥐고 있던 흑철 파편을 비스듬히 세워 치켜올렸다. 단검의 뾰족한 칼끝이 흑철 조각의 옆면을 사납게 긁고 지나갔다.
채애앵!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칼날의 궤적이 빗나가며 엘리샤의 귓가를 스쳤고, 잘려 나간 갈색 머리칼 몇 가닥이 허공에 흩어졌다.
단검을 쥔 암살자의 손목에 힘줄이 팽팽하게 솟구쳤다. 빗나간 공격을 수습하려는 듯 손목을 비틀어 다시 칼날을 가로로 베어내려 했다.
엘리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관찰자의 눈동자가 찌그러진 마차 내벽 하단에 그대로 노출된 구리빛 배선을 정확히 짚어냈다. 비상 마력 차폐 잔류선이었다.
왼발을 뻗어 피복이 벗겨진 굵은 전선을 힘껏 걷어찼다.
지지직!
차폐석의 잉여 마력이 합선되며 푸른 섬광이 사방으로 번쩍 터졌다. 암살자의 가죽 장갑에 닿은 구리선이 타들어가며 지독한 연기와 함께 강력한 전류가 튀어 올랐다.
"큭……!"
암살자의 자세가 무너졌다. 번쩍이는 빛에 눈이 먼 사내가 본능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엘리샤는 반대쪽 벽을 짚고 몸을 굴려 마차 구석의 찌그러진 좌석 뒤편으로 파고들었다. 다친 손목을 감싼 붕대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지만 멈출 겨를은 없었다.
"황태자가 보낸 개들이 제법 요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