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좌 아래 숨겨진 말뚝
깨진 천장 너머로 몸을 던진 카엘의 귓가에 찢어지는 바람 소리가 내리꽂혔다. 허공을 가르는 순간 손에 쥔 비전 제어구에서 날카로운 진동이 손목을 타고 뼈마디까지 울렸다. 본전 옥좌 아래서 강제로 뽑혀 나온 말뚝은 여전히 핏빛 마나를 토해내며 카엘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놓칠 성싶으냐."
카엘이 이를 악물고 손잡이를 짓이겼다. 서슬 퍼런 빙결 오러가 장갑 틈새로 뿜어져 나와 제어구 표면의 붉은 열기를 억누르며 하얗게 얼려 붙였다.
그의 시선 아래로 펼쳐진 중앙 공명실 지하는 거대한 입을 벌린 지옥의 아가리와 같았다. 갈라진 결계석 밑바닥에서 치솟아 오른 붉은 역류 마나가 거센 소용돌이를 그리며 허공을 뒤흔들었다. 그 살기등등한 기류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동안, 본전 회랑 난간에 몸을 기댄 라온의 목소리가 바람을 뚫고 희미하게 닿았다.
"대공 전하! 지맥 궤적을 벗어나면 제어구의 축이 뒤틀립니다! 남서쪽 세 번째 균열로 낙하각을 맞추십시오!"
라온은 마나홀이 마비된 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손가락 끝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품에서 꺼낸 초대의 금서 마지막 장을 허공으로 펼쳐 들었다. 종이 표면에 스며든 핏방울이 공명석의 파편과 반응하며 가느다란 푸른빛 유도선을 심연 바닥으로 곧게 쏘아 올렸다.
카엘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답 대신 허리에 찬 대검을 단숨에 뽑아 들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