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별빛 왕궁 최상층에 위치한 엘리시아의 처소 안으로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수정 구슬에서 뿜어져 나온 백은빛 광채가 방 안을 대낮처럼 밝혔다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공기 중에는 벼락이 치고 간 자리처럼 서늘하고 팽팽한 마나의 잔향이 맴돌았다. 미처 가라앉지 않은 빛의 티끌들이 눈앞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쾅.
거친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처소의 두꺼운 문이 거칠게 밀려 열렸다.
은빛 테두리가 둘러진 검은색 제복을 입은 사내, 카엘 드 아르테미스였다. 그의 긴 손가락은 이미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칼집에서 세 뼘가량 뽑혀 나온 푸른빛 도신이 차가운 복도 등불을 반사하며 살기등등한 빛을 번뜩였다.
카엘의 시선이 방 안을 빠르게 훑었다. 침대, 창가, 어지럽혀진 공기, 그리고 홀로 서 있는 엘리시아에게로 내려앉았다. 밤하늘처럼 짙은 흑발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푸른 눈동자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엘리시아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등 뒤로 돌렸다. 엷은 살갗 아래에 낙인이라도 찍힌 듯, 손바닥 한가운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선명한 여덟 갈래로 뻗은 은빛 별 모양의 문양이 옷자락 너머로도 미세한 열기를 뿜어내는 중이었다.
"물러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