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실의 높은 석조 천장을 울린 카엘의 목소리가 멎자,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내려앉았다. 흑청색 공명석의 거대한 표면은 성난 파도 같던 푸른빛을 거두고, 엘리시아가 불어넣은 은빛 마나를 잔잔히 머금은 채 본래의 묵직한 결을 드러내고 있었다. 원석의 갈라진 틈새마다 스며든 보랏빛 광휘가 서서히 식어 가며, 공기 중에 희박한 유황 냄새와 차가운 별빛의 냄새를 함께 남겼다.
엘리시아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부동자세로 엎드린 카엘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북부의 혹한을 담은 듯한 칠흑 같은 머리칼 사이로 곧게 뻗은 목덜미, 그리고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벼려진 어깨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자격을 의심하며 검집으로 앞을 가로막았던 사내였다. 타인의 비호나 인정 따위를 갈구하며 비참하게 숨죽여 살았던 제국의 스무 해가 불현듯 뇌리를 스쳤으나, 엘리시아는 고개를 젓는 대신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손바닥 한가운데 선명하게 박힌 여덟 갈래 별 문양이 박동하듯 미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살갗 깊숙이 새겨진 그 선들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일부였다. 타인이 쥐여 준 족쇄가 아니라, 스스로 제 손을 뻗어 마력석의 균열을 억누른 대가로 얻어낸 흔적이었다.
"일어나십시오, 카엘 대공."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조금의 떨림도 섞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