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학회 고문서 연구실 테라스의 핏빛 석양이 깨진 유리창 파편마다 붉은 칼날처럼 맺혔다. 황혼이 내려앉은 하늘을 등지고 허공을 가른 첫 번째 괴수는 검붉은 안개를 뿜어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카엘의 장검이 흉부를 관통한 자리에 서릿발 같은 푸른 오러가 얼어붙듯 번지더니, 괴수의 형체는 비명도 남기지 못한 채 잿더미로 스러졌다.
그러나 틈을 주지 않고 두 번째 괴수가 테라스 난간을 딛고 솟구쳤다. 날카로운 갈퀴가 카엘의 견갑을 향해 짓쳐 들었다.
카엘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한 걸음 파고들며 검신을 비틀어 올렸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괴수의 앞다리가 허공으로 솟구쳤고, 반회전한 은색 검날이 괴수의 목덜미를 단숨에 베어 넘겼다. 짙푸른 오러의 잔향이 흩어지며 검은 연기가 석양 속으로 흩날렸다.
"본관으로 통하는 통로를 완전히 차단합니다!"
라온이 테라스 안쪽에서 외쳤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온 금빛 마법 기호들이 허공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깨진 난간 바깥으로 촘촘한 그물망 형태의 방어 결계를 엮어 냈다. 결계 외벽에 부딪힌 그림자 무리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라온의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양피지 고서적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그의 소매를 거세게 펄럭였다.
"외곽 결계탑이 무너지면서 외부의 탁류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 결계로는 길어야 십 분입니다, 대공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