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비밀 통로를 빠져나와 집무실로 향하던 회랑 끝, 국왕 시해를 서두르던 벨리안과 사령부 대전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적의 기습적인 암흑 마도구를 카엘의 대검이 쳐내고, 곧바로 엘리시아의 마나가 폭발했다.
눈이 멀 정도로 쏟아져 내린 은빛 파동이 대전 전체를 하얗게 집어삼켰다.
엘리시아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온 별빛은 카엘의 검풍을 타고 번져 나가며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암흑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태워 없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머금고 있던 마도구가 높은 파열음을 내지르며 비명을 토해 냈다.
"크윽, 이 괴물 같은 계집이……!"
벨리안 바르샤트 후작은 다급히 검은 마도구를 가슴 앞으로 치켜세워 결계를 둘렀다. 끈적거리는 검붉은 장벽이 후작의 전면을 감쌌으나, 순수한 왕가의 별빛을 온전히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은빛 광채가 장벽의 중심을 가차 없이 꿰뚫는 순간, 쨍강 하는 굉음과 함께 암흑 마도구의 표면에 손톱만 한 균열이 쩍 갈라졌다.
거대한 충격파가 벨리안의 흉곽을 그대로 후려쳤다.
"푸학!"
탁한 핏덩이를 뿜어낸 후작이 상석의 계단 위로 거칠게 나뒹굴었다. 뒤편으로 물러서 있던 호위병 서넛이 경악하며 주군의 곁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들 앞에는 이미 서늘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어딜 감히."